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나노여과 분리막 제조 기술을 발표했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영국)은 유영민 박사팀이 고내열성·내화학성의 '폴리벤즈이미다졸(PBI)' 소재를 이용한 고성능 고내구성 유기용매 나노여과 분리막 제조 기술을 선보였다고 29일 밝혔다.
기존 소재로는 내구성·분리 성능이 떨어져 적용할 수 없었던 다양한 유기용매 분리·정제 과정에 활용할 수 있다. 가열 방식 분리·정제 시 투입하던 많은 에너지를 줄이는데 기여할 전망이다.
유기용매는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는 버려져, 국내 폐 유기용매 발생량이 매년 200만톤을 넘는다.
이에 효율적으로 분리·회수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이 연구 중인데, 그 중 분리막을 이용한 유기용매 나노여과 방식은 가열 후 분리하는 증류 방식 대비 에너지가 소모가 적고, 다양한 유기용매 분리에 적용할 수 있어 주목받는다.
다만 유기용매는 화학적으로 분리막을 손상시키는 경우가 많아 개발이 쉽지 않다. 현재 상용화된 유기용매 나노여과 분리막 기술로는 후가교 공정(고분자 결합으로 분리막 내구성을 향상시키는 공정)을 거쳐 만든 폴리이미드(PI) 소재 분리막이 있다.
그런데 PI 분리막은 강산성·강알칼리성 등 극한 환경을 제외한 특정 수소 이온 농도 범위와 일부 유기용매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또 유기용매를 잘 배출하는 '투과도'와 유기용매에 섞인 특정 물질(용질)을 걸러내는 '선택도' 역시 낮다.
연구팀은 PBI 소재로 나노여과 분리막 후가교 방법을 새로 개발했다. 분리막 기공(구멍)을 균일·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어, 유기용매는 잘 배출하고 원하는 용질은 잘 걸러낼 수 있게 됐다.
술폰 계열 가교제를 사용해 기존 할라이드 계열 가교제 사용 대비 높은 표면에너지를 가질 수 있었다. 기존보다 72% 높은 유기용매 투과도를 얻게 됐다.
결합 밀도를 세밀하게 조절해 분리막 기공 크기를 정하는 측면에서는 기존 할라이드 계열 가교제에 비해 술폰 계열 가교가 더 가교 밀도를 올릴 수 있어, 보다 세밀한 분리를 가능케 했다. 이를 통해 기존과 비교해 용질의 선택도를 6% 이상 높일 수 있었다.
이외에도 연구팀은 기존 연구들과는 다르게 가교된 분리막의 화학적 성질과 분리막의 용매 투과도와의 상관관계를 밝힘으로써, 앞으로 지속적인 분리막 성능 개선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유기용매 분리막 공정 도입을 통한 각 산업 분야의 에너지 효율 향상 뿐만 아니라, 20%가량 폐기되는 유기용매의 재활용과도 연결돼 있다.
국가적으로 수입률이 높은 유기용매에 대한 재사용률을 높여 경제성을 높이고, 환경적인 면에서는 독성이 강한 유기용매의 폐기량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가교된 PBI 유기용매 나노여과 분리막 파일럿 스케일 검증 단계에 있다. 앞으로 모듈화 및 시스템 최적화를 거쳐 2026년경 상용화 연계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밀화학 분야를 비롯한 타 화학 산업 및 바이오매스 산업 등에서 기술 확대 적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영국 원장은 “유기용매 분리·정제 과정에서 소모되는 에너지 비용을 효과적으로 절감하고, 유기용매의 재활용 효율도 높일 수 있는 기술로서, 온실가스 배출 저감과 환경오염 최소화 등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논문은 분리막 공정 과학기술 분야 최고 권위 국제학술지인 '저널 오브 멤브레인 사이언스' 3월호에 게재됐다. 또 이번 연구는 한국화학연구원 기본사업,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