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광역시 울주군 반천산업단지에 위치한 신흥에스이씨 공장. 수십명의 작업자들이 공장 내부 공사를 위해 철근과 콘크리트를 나르고, 지게차는 폭이 7.6미터(m)에 달하는 대형 자동화 조립 설비를 운반하고 있었다. 신흥에스이씨 관계자는 “건물 외부 골격 공사는 마무리됐지만, 전기 배선을 시공하고 장비를 반입하는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흥에스이씨는 울산 신공장을 오는 7월 완공하고, 9월부터 본격 가동한다. 대지 면적 1만2892제곱미터(㎡·약 3900평)에 2개동으로 구성된 공장을 건설, 총 4개 라인에서 '멀티 어셈블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멀티 어셈블리는 각형 배터리 핵심 부품인 캡 어셈블리가 완성되기 이전 반제품 형태를 칭한다.
캡 어셈블리는 각형 배터리 상단에 장착돼 전류 흐름을 제어하고 폭발을 방지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신흥에스이씨는 캡 어셈블리가 주력 제품인 부품사로 삼성SDI를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5399억원, 영업이익 437억원을 기록했다.
신흥에스이씨는 국내 오산·양산·기장에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고객사 수요 대응 차원에서 약 800억원을 투자해 울산 공장을 증설했다. 울산 공장에서 멀티 어셈블리를 생산해 미국 인디애나주 법인으로 운송하면 최종 조립을 거쳐 완제품으로 만들어진다.
인디애나주 공장은 이달 완공돼 제조 설비를 순차 반입할 예정으로 울산 공장은 북미 시장을 위한 후방 보급기지인 셈이다. 울산 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면 고객사 사업장이 인접한 인디애나주 공장에서 완제품을 차질 없이 공급할 수 있다. 신흥에스이씨 인디애나주 공장은 중국·말레이시아·헝가리에 이어 북미에는 처음으로 구축되는 생산 거점이다.
황옥용 신흥에스이씨 울산사업장장(전무)은 “캡 어셈블리는 각형 배터리 안전성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 고객사에서 요구하는 품질 조건을 만족하는 업체는 신흥에스이씨가 유일하다”며 “울산 사업장은 신흥에스이씨 국내 공장 중 가장 큰 생산 능력을 갖춘 최대 생산 기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울산 공장은 멀티 어셈블리를 월 500만개 생산할 수 있다. 프레스 설비가 원재료인 알루미늄 코일을 성형하는 스탬핑 공정이 2동에서 이뤄진 뒤 무인운반차(AGV)가 제품을 1동으로 이송하면 1층 세정실에서 기름과 이물질을 제거하는 탈지 공정을 거친다. 스탬핑 공정 때 윤활유를 도포하는데, 이걸 씻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후 2층에서 길이가 80m인 자동화 조립 설비에 제품을 투입하면 폭발 방지 기능을 하는 안전장치(벤트), 전극 형성 단자인 양극과 음극 플레이트, 전류 이동 통로(CC) 등의 부품이 순차적으로 조립된다.
각 부품을 다 체결해야 멀티 어셈블리를 만들 수 있는데, 신흥에스이씨는 자동화 공정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였다. 조립 설비에서 1.2초당 멀티 플레이트 1개가 생산된다. 최종 검수가 끝난 제품은 3층 보관실로 옮겨진 뒤 미국으로 출하된다.
신흥에스이씨 중장기 목표는 오는 2027년 매출 1조원 달성이다. 울산과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월 500만개의 제품이 이를 위한 발판이 될 것이란 게 회사 설명이자 기대다.
신흥에스이씨가 울산에 공장을 건립한 건 울산시의 투자 유치도 한몫했다. 울산시는 정부 지원금을 합쳐 신흥에스이씨에 총 5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울산은 지난해 청주·포항·새만금과 함께 이차전지 분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선정돼 배터리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황 전무는 “국내외 사업장에서 제조 노하우를 보유한 생산 인력을 확보, 9월부터 울산 공장을 차질 없이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울산=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