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보보호산업계가 밸류업을 위해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업계 성장을 위한 주요 과제로 꼽히는 해외 진출과 기업가치 제고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29일 정보보호산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는 내달 6일부터 나흘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RSA 컨퍼런스 2024'에 한국관을 마련하고 수출을 타진한다.
이번 RSA 컨퍼런스 한국관엔 마크애니, 스텔스솔루션, ICTK, 에스에스앤씨, 에어큐브, 에프원시큐리티, 지엔, 티오리한국, 프라이빗테크놀로지 등 9개사가 출격한다. 에스에스앤씨는 방화벽 정책운영 자동화 솔루션(FPMS)를, 에프원시큐리티와 프라이빗테크놀로지는 각각 통합 웹 보안 서비스(UWSS), 제로 트러스트 보안 서비스 솔루션(패킷고 ZTNA)을 선보인다.
KISIA는 지난 2017년부터 RSA 한국관을 운영하며 해외 진출 확대에 역량을 집중해왔다. 올해 들어 지 3월 사우디아라비아 국제 기술 전시회 'LEAP 2024'(중동)을 시작으로 4월 세계 최대 규모의 물리보안 전시회 'ISC WEST'(미국), 일본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재팬 IT 위크' 등에서 K-시큐리티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업계가 해외 시장 문을 두드리는 것은 산업 성장을 위해선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 규모엔 한계가 있어 해외에서 성장 모멘텀을 찾아야 한다는 게 업계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 내수시장 확대에 비해 해외 진출 성과는 아직 더디다. 2023년 국내 정보보호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정보보안(사이버보안) 매출액은 5조6172억원으로 전년(4조5497억원) 대비 23.5%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수출액(1526억원→1553억원)은 1.7% 증가에 그쳤다. 매출액 대비 수출액 비중도 3.4%에서 2.8%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전체 매출액의 약 41.1%를 공공부문이 차지할 만큼 내수시장과 공공 의존도가 높아 해외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수출 저변 다각화도 풀어야 할 숙제다. 수출 비중을 살펴보면, 미국(46.5%)이 절반 가까이 차지하며, 중국(13.2%), 일본(10.9%), 유럽(4.7%), 기타(24.7%) 순으로 미국 시장에 편중돼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KISIA는 정책 역량을 모아 동남아·중동 등 신흥 보안 시장 공략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해외 영토를 확장하는 동시에 국내에선 기업가치 제고에 힘쓰고 있다. 주가가 고공행진을 벌이는 해외 글로벌 보안 기업과 달리 한국 기업은 성장 한계 우려 등이 발목을 잡아 저평가되고 있다. 업계는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보여주는 한편 주주친화책과 함께 산업 이해 제고에 나서며 기업가치를 높이는 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윈스·아톤·지란지교시큐리티·한싹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올해 자사주 취득, 무상 증자 등 주주환원책을 펼치며 주가 안정화에 나섰다. 또 지니언스·모니터랩·휴네시온 등 6개 기업은 지난 23~25일 정보보호산업을 정확히 알리기 위한 합동 기업설명회(IR)를 업계 최초로 개최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보보호산업 평가가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도래로 인해 점점 커지는 사이버보안 중요성에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면서 “국내 기업이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신흥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정부의 사이보안 강화 정책 기조에 따른 산업 전망 등을 알리며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재학 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