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T, 1천배 빠른 10초내 나노입자 초고속 조립 기술 개발 성공

정현호 교수팀, 홍합 부착 메커니즘 영감받아
첨단 나노 소자 대량생산·상용화 한계 극복 제시
홍합에서 영감받은 나노입자 조립 기술(왼쪽), 10초 동안의 공정과정 동안 조립된 나노입자(가운데), 정전기력 기반 조립 기술의 속도(오른쪽).
홍합에서 영감받은 나노입자 조립 기술(왼쪽), 10초 동안의 공정과정 동안 조립된 나노입자(가운데), 정전기력 기반 조립 기술의 속도(오른쪽).

홍합은 물속 환경에서 털처럼 생긴 다리 모양의 '족사'라는 단백질을 방출한다. 족사는 홍합이 바위에 잘 붙어 있을 수 있도록 접착제 역할을 한다. 이때 단백질과 함께 분비된 지방산이 표면의 수산기를 분리시켜 순식간에 물리적으로 접착될 수 있다.

국내 연구진이 이러한 홍합의 족사에서 영감을 받아 나노입자 초고속 정전기적 조립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정현호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팀이 홍합의 수산기 분리 메커니즘에 착안해 나노입자의 조립 기술을 고안했다고 30일 밝혔다.

기존의 나노입자 조립 기술은 추가적인 장비나 에너지가 필수적이다. 정전기력 기반 조립 기술의 경우에도 전처리 및 시간 단위의 긴 공정시간이 필요해 산업적인 대량 생산 및 상용화에 요구되는 속도를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정 교수팀은 양성자 보조로 나노입자의 부착 속도를 향상시켰다. 이번 연구 성과로 기존 대비 최대 1000배의 속도로 몇 초 내에 조립이 가능해졌다. 그동안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나노입자 기반 소자의 대량 생산 및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정상의 결함 '치유'(왼쪽)와 '픽 앤 플레이스' 입자 패터닝(오른쪽).
공정상의 결함 '치유'(왼쪽)와 '픽 앤 플레이스' 입자 패터닝(오른쪽).

크기가 100㎚ 이하인 나노입자는 종전에 사용하던 고전적인 재료와 달리 새로운 성질을 나타낸다. 최근 나노입자를 실용화하기 위해 원하는 크기, 모양, 성질을 조절하여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콜로이드 기반 용액 공정을 개발하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 기술 발전의 핵심 요소로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엄청난 잠재력에도 불구, 100㎚ 미만의 콜로이드 기능성 나노입자를 2인치 웨이퍼 기판 전면에 단 한 번의 코팅 방법으로 10초 안에 신속하고 균일하게 전달하는 기술이 부족해 상용화의 어려움이 있었다.

나노입자 조립 기술은 나노입자와 대상 표면 간의 전기적 상호작용을 이용해 나노입자를 표면에 효과적으로 배치하는 방법이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대부분의 물질이 물과 상호작용해 표면에 생성하는 수산기를 제거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양성자를 추가해 수산기를 제거하고, 표면전위를 조정하여 나노입자 표면으로의 정전기적 인력을 강화했다. 10초 안에 웨이퍼 전면의 입자 조립이 가능해 결과적으로 기존 방법보다 최대 1000배 빠른 속도로 나노입자를 표면에 고밀도로 조립할 수 있어 사업적으로 응용될 수 있는 상용화의 가능성을 높였다.

양성자 보조 정전기적 조립 방법은 절연 특성이 있는 유전체나 고분자 재료를 포함하여 재료 선택의 다양성을 높였다. 마이크로 패턴에서 2인치 웨이퍼에 이르는 대면적 조립, 단단한 유리에서부터 유연한 3D 형상 플라스틱까지 다양한 기하학적 플랫폼에도 나노입자를 몇 초 안에 조립할 수 있다.

이 방법은 전체 웨이퍼에 걸쳐 선택적으로 나노입자를 조립할 수 있고 균일성과 일정한 정전기적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 공정상 발생할 수 있는 부분 결함인 불균일 코팅 영역만 재코팅이 가능한 '결함 치유' 성능과 원하는 공간에 입자를 가져다 놓아 특정 패턴 제작이 가능한 '픽 앤 플레이스' 등의 다양한 광학 효과 구현이 가능하다. 웨이퍼 수준의 광소자를 구현하면 퇴색되지 않는 풀컬러를 구현하는 안료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분자 감지, 반사 디스플레이및 광학 암호화 장치를 포함하는 소자로 활용할 수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주형 석박사통합과정 학생, 정현호 교수, 김도은 박사과정 학생, 마지영 석박사통합과정 학생, 김규린 석박사통합과정 학생, 한장환 박사후연구원, 김현민 석박사통합과정 학생.
앞줄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주형 석박사통합과정 학생, 정현호 교수, 김도은 박사과정 학생, 마지영 석박사통합과정 학생, 김규린 석박사통합과정 학생, 한장환 박사후연구원, 김현민 석박사통합과정 학생.

정현호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는 빠르고 쉬운 나노입자 조립을 통해 고성능 나노소자의 산업 생산 간의 격차를 줄이는 효율적인 솔루션이 될 것”이라며 “광학 의료 진단기기, 가상현실(AR)·증강현실(VR) 기술, 광통신 시스템과 같은 첨단 장치 및 기술이 실제의 삶에 적용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가 지도하고 김도은 박사과정생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NRF) 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 및 박사과정생연구장려금지원사업, GIST-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공동연구사업, 과학기술원공동사무국의 공동연구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즈'에 권두삽화로 선정돼 최근 출판됐다.

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