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의약품·의료기기 불법 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병원에서 쓰는 초음파 진단기기부터 배란촉진제 등 전문의약품까지 무분별하게 중고거래 매물로 나오면서 오남용 우려가 커진다. 반려동물용 의약품까지 중고거래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당근, 중고나라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 의약품·의료기기 불법 거래가 성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에선 태반성 성선자극호르몬제인 '아이브이에프씨'가 중고거래 매물로 올라와 있다. 이 약은 무배란성 불임증이나 배란촉진, 습관성 유산 등 치료에 쓰는 전문의약품이다.
심각한 것은 단순 약이 아니라 근육에 주사하는 주사제인데다 처방 없이 사용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고나라에서도 지방흡수억제제 '올리시스' 중고거래 게시글도 다수 확인된다. 올리시스는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등을 겪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비만치료제다. 간손상, 고수산뇨증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의사 처방이 반드시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다.
의료기기 불법 중고거래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기존에는 안마의자나 미용 의료기기 등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품목이 주로 거래됐지만, 최근엔 대형 의료기기까지 거래가 성행하며 문제가 되고 있다.
중고나라에선 필립스, 지멘스, 삼성메디슨 초음파 진단기기 매물이 다수 올라와 있다. 대부분 병원이 폐업하면서 값싸게 내놓거나 연구소 등에서 구매한 뒤 처분하기 위해 중고거래를 희망하고 있다. 200만~300만원에 내놓고 있는데, 즉시 거래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반려동물 가구가 늘면서 강아지나 고양이 등을 대상으로 한 동물의약품 중고거래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당근과 중고나라에선 동물병원에서만 처방 가능한 반려동물 치매 치료제, 관절염 치료제 등이 10여건 올라와 있다. 동물의약품 역시 병원이나 전문약국에서만 구매 가능하다.
이처럼 의약품, 의료기기 중고거래가 끊이지 않는 것은 거래 자체가 불법인줄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람이나 동물에 쓰는 의약품을 처방 없이 중고로 거래하는 것은 약사법 위반 사항이다. 의료기기 역시 허가받은 사업자가 아닌 개인이 중고로 거래하는 것은 불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림축산검역본부도 지속적으로 중고거래 플랫폼을 모니터링 후 불법 행위가 발견되면 시정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지속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며, 발견 시 즉각 해당 사이트에 게시글 삭제를 요청하고 있다”면서 “모니터링 강화와 인식 제고를 위한 홍보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