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강한 편의점, 물가 상승에 '주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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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강한 편의점이 빠른 물가 상승에 성장세가 주춤하는 모양새다. 총선 이후 정부가 억눌러왔던 물가가 오르며 가격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의 '3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편의점 주문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0.2% 감소했다. 편의점 내 주문 건수가 감소한 것은 지난 2022년 2월 이후 25개월만이다.

주목할 점은 편의점 점포가 늘어났음에도 주문 건수가 줄어든 것이다. 3월 점포 수는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점포당 매출액은 0.9% 감소하며 4개월 만에 다시 줄었다.

총선 이후 정부가 억눌러왔던 물가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특히 먹거리 물가 인상이 두드러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3.1% 올랐다. 특히 사과(88.2%) 등 과일값 상승으로 농·축·수산물은 11.7% 올랐다.

물가가 치솟으며 가성비 상품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을 비교하며 더 값싼 상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실제 지난 3월 유통업체들 가운데 편의점의 매출 증가율은 가장 낮았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2%, 5.1% 늘었다.

최근 편의점은 식품 카테고리를 강화하며 매출을 확대해왔기에 최근 식품 카테고리 둔화세에 타격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3월 편의점 식품 카테고리 매출 증가율은 17.3%이었지만 올해 3월에는 13.6%포인트(P) 줄어든 3.7%를 기록했다. 실제 GS25는 '신선 강화형 매장(FCS)'을 올해 1000여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CU는 지난해 말 신선식품에서 강점이 있는 컬리와 손잡고 '컬리 특화 매장'을 오픈했다. 세븐일레븐도 먹거리 특화 점포인 '푸드드림'을 1300여개 이상 운영하고 있다.

원부자재 가격, 유가 상승 등 이슈가 여전한 상황에서 가격 인상 릴레이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소비 부담을 느끼고 예민하게 가격을 비교하는 소비자는 늘어날 전망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물가 상승으로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자가 늘어났다”며 “소비자가 하나 하나 단가를 비교해보면 편의점 상품이 싸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며 편의점 성장세가 주춤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전 기자 castle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