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원의 전자의무기록(EMR) 인증제 외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해엔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인지도, 혜택 부족 등을 이유로 인증을 외면하면서 시행 5년 차에도 불구하고 확산에 제동이 걸렸다.
2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EMR 인증을 받은 의료기관은 총 96곳으로, 이중 의원급 의료기관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올해 4월까지도 인증 사례가 나오지 않으면서 의원들의 제도 외면은 지속되고 있다.
EMR 인증제는 의료기관 핵심 시스템인 EMR에 대해 진료정보 상호운용성과 보안성 확보를 목표로 정부가 적합성 여부를 검증하는 제도다. EMR 시스템을 대상으로 한 '제품인증'과 사용하는 의료기관이 대상인 '사용인증'으로 나뉜다.
2020년 제도 시행 이후 사용인증 기준 총 4051개 의료기관이 인증을 획득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이 전체 93.2%인 3778곳으로 대부분이다. 이어 종합병원 171곳(4.3%), 상급종합병원 55곳(1.4%), 병원 47곳(1.1%) 순이다.
사용인증 기관 중 의원급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의원 수를 고려하면 오히려 인증제 참여율이 가장 떨어진다. 국내 의원급 의료기관은 3만개 가량이다. 이 중 10%가 조금 넘는 의원만 EMR 인증을 받은 셈이다.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대부분이 인증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동네의원은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
연간 인증 사례도 지속 줄고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은 제도 시행 첫해 6곳을 시작으로, 이듬해 2021년 3154곳이나 인증을 획득했다. 2021년은 인증 확산사업을 위해 정부가 예산을 투입, 비용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이후 인증 확산 사업이 대폭 줄어든 2022년엔 618곳으로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지난해엔 한 곳도 나오지 않았다.
신규 인증을 외면하지만 재인증도 불투명하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EMR 인증 유효기간은 3년이다. 지난달 인증 기준을 변경하며 유효기간을 1년~1년6개월 자동 연장토록 했다. 2021년 인증 받은 3154개 의원들은 내년부터 재인증을 받아야 하지만 대부분 회의적이다.
EMR 업계 관계자는 “2021년 정부 지원을 받아 많은 의원이 EMR 인증을 받았지만, 현재 비용 지원도 없는 데다 인증 혜택도 전무해 대부분 재인증을 포기하는 분위기”라며 “신규 인증도 관심이 없지만 재인증까지 포기하는 만큼 개선이 필요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EMR 인증제 취지인 의료기관과 데이터 교류·활용, 보안성 강화를 위해서는 1차 의료기관인 의원들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도 참여가 저조한 것은 평균 100만~200만원이 소요되는 비용 부담과 인증 혜택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실제 상급종합병원은 의료질 평가에 EMR 인증 여부를 반영하지만 의원들은 혜택이 전혀 없다. 여기에 아직도 EMR 인증제를 인지하지 못하는 곳도 많다. 보안이 가장 취약한 동네의원 EMR 인증제 참여 유도를 위해 홍보와 함께 적극적인 인센티브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원급 의료기관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인증제도를 간소화하고, 인증 과정에서 컨설팅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대한병원협회와 협업해 다양한 참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