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국내 의약품 시장, '의정 갈등' 여파에도 성장 지속

1분기 국내 의약품 경상금액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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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국내 의약품 시장이 4개 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의정 갈등 장기화 속 의약품 시장 위축이 우려됐지만, 당장 실적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의약품 경상금액(총매출)은 7조58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조1413억원) 대비 6.1% 늘었다.

올해 1분기는 지난 2월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전공의가 집단이탈해 의약품 시장 위축이 전망됐지만, 예상과 달리 성장했다. 실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성장은 물론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에 따른 의약품 수요가 크게 늘어난 2022년 1분기(7조4891억원) 규모까지 넘어섰다.

성장 요인으로는 고령화에 따른 의약품 수요가 지속된 데다 의정 갈등에 따른 불안감이 커진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고령화로 만성질환 환자가 늘면서 당뇨, 고혈압 등 치료제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대표적인 만성질환인 제2형 당뇨병의 경우 국내시장이 2021년 7090억원에서 2023년 1조43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커졌다. 여기에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감기와 봄철 알레르기 등 계절적 요인까지 겹치면서 의약품 수요를 견인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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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시장을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했던 의정 갈등 여파가 실적에 반영되지 않고, 오히려 수요를 부추긴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액, 진통제 등 필수 의약품 수요는 일부 줄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분기 혹은 반기 단위로 의약품을 구매하는 병원 특성상 2월 말 시작된 의정 갈등 여파가 당장 실적에 반영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형병원이 외래와 수술을 절반가량 줄이면서 환자 불안이 커진 점은 장기처방을 유도, 의약품 수요 위축을 일부 상쇄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국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평균처방일수(AVTD)는 지난해 3월 70일에서 올해 3월 77.3일로 10% 늘었다. 여기에 감기약 등 일반 의약품을 미리 비축하거나 비대면 진료를 통한 처방 등이 늘어난 점도 의약품 수요를 견인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주요 제약사 1분기 실적도 선방했다. 주로 해외 매출이 실적 성장을 견인했지만, 내수에서 타격이 적은 요인도 작용했다. 한미약품은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1.8%, 27.9% 늘었다. 대웅제약은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HK이노엔도 매출 15%, 영업이익 206% 상승했다.

국내 의약품 시장은 지난해 2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성장 중이다. 하지만 의정 갈등이 지속될 경우 성장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의약품 주문량 감소와 대금 지급 지연 등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는 “고령화에 따른 의약품 수요 증가 속에서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학습효과로 의약품 장기처방, 상비약 비축 등이 이어지며 1분기 시장이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의정 갈등 영향으로 항암제, 난치성 질환 치료제 등 수요가 지속 감소할 경우 2분기부터 시장 실적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