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치료는 세계보건기구(WHO) 공인 의료기술로 129개 회원국 중 113개국에서 활용되며, 미국은 공적의료보험에서 보장하는 등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활용되는 치료방법이다.
침을 놓는 자리를 경혈이라고 하며, WHO는 361개 경혈 위치를 표준화했다. 침치료 연구는 비임상 및 임상연구로 다양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2021년 하버드의대가 발표한 네이처 논문에서는 무릎 아래 족삼리(SP36) 경혈 전기침 자극 시 척수 및 뇌, 미주 신경을 통해 부신에서 염증을 조절하는 기전이 제시됐다.
또 한·미·노르웨이 3개국 연구진이 침치료 임상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경혈 자극이 비경혈 자극보다 통증 및 신체기능이 유의하게 개선됐다고 '미국의사협회지(JAMA) 네트워크 오픈'에 보고하기도 했다.
이런 다양한 침치료 및 경혈 연구를 위해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2023년 경혈 연구 인체지도 및 저장소 개발을 위한 'TARA' 프로젝트에 5년간 580만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TARA 프로젝트에서는 해부학 및 생리학 데이터 오픈 액세스 저장소를 위한 웹기반 데이터베이스(DB), 경혈 인체해부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각화 도구가 개발될 것이다.
축적된 TARA 경혈 전문지식 정보는 말초신경자극으로 장기 기능 개선 '전자약'을 개발하는 SPARC 프로젝트 온톨로지와 연동될 것이다. 한국도 미국 TARA 프로젝트 자문위원회로서 경혈 연구 글로벌화에 참여하고 있다.
말초신경자극 신경조절기술을 이용해 개발되는 전자약들이 염증 반응을 조절할 수 있고, 일부 신경 자극이 가능하다는 점을 활용해 전자약 적용대상이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서부터 호흡기질환이나 당뇨병, 파킨슨병 등 난치성 질환에까지 정신과 신체를 포괄해 적용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전자약 자극 기술은 대표적으로 전기, 빛, 열, 초음파 등 자극원이 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전기자극 요법은 말초신경 축삭 재생을 촉진하고 척수 회로를 활성화해 신경 손상 후 복구 및 재생을 촉진하고 손실된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전기자극을 활용한 전자약 중 손목부위 경혈인 내관혈(PC6)을 자극해 정중신경을 통해 멀미를 치료하는 '릴리프 밴드'가 개발되기도 했다.
그 밖에 광 유전학, 광역학과 같은 광 치료 방법으로 국소 부위의 신경세포를 자극해 세포 기능을 조절하는 연구들도 진행되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는 침구경락 글로벌 과학화를 위해 뇌과학 및 디지털과 융합 연구동을 설립할 계획이다. 해당 연구동에는 경혈자극의 뇌과학적 기전 연구를 위해 뇌구조 및 기능을 측정할 수 있는 대형연구장비인 MRI를 구축하고 국내외 다양한 연구자들과 공동연구를 수행해 경혈-신경-장기-뇌 네트워크를 밝히고자 한다.
또 기존 사용하던 스테인리스 침 디지털화로 전자약 자극원으로 개발되는 전기·열·초음파·자기·광 등 물리량으로 강도, 파장 등을 정량화해 치료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기기를 개발하고자 한다.
이런 산·학·연 협력기반 전주기 개방형 연구체계 운영으로 융합형 한의과학자를 양성하고, 침구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기반 헬스케어 및 치료기기를 개발할 것이다.
침의 디지털 자극기술 전환과 경혈 연구에 대한 오픈 리포지터리를 바탕으로 한의 의료산업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보다 많은 세계인들이 사용하는 글로벌 기술로 개발되기를 기대해본다.
문진석 한국한의학연구원 연구전략부장 moonstone2@kiom.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