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와 함께 호흡하면서 많이 성장했던 것은 맞지만, 아쉬움은 있다. 새롭게 찾은 연기재미와 함께 열심히 노력하겠다” 배우 오승아가 오랜만의 선역활약을 펼친 '세 번째 결혼'을 매듭지으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서울 모처에서 MBC 일일드라마 '세 번째 결혼'(연출 이재진, 극본 서현주)을 마무리한 배우 오승아와 만났다.
'세 번째 결혼'은 조작의 삶을 사는 여자와 거짓을 파헤치고 응징하려고 몸부림치는 여자의 파란만장한 진실 게임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결혼을 다룬 작품이다.
오승아는 극 중 주인공 정다정을 맡아 활약했다. 명랑쾌활함부터 점점 흑화하는 모습과 함께 비쳐지는 대척점 강세란(오세영 분)과의 직간접적인 대결, 왕요한(윤선우 분)과의 러브라인부터 진짜 가족과의 재회까지 이어지는 감성회복 면모들은 소위 '안방극장 캔디'가 아닌 현실적인 선역으로서의 몰입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비밀과 거짓말', '나쁜사랑', '두 번째 남편', '태풍의 신부' 등 4작품 연속 악역에 이은 오랜만의 선역을 펼치는 오승아의 온전한 연기성장세를 인정하는 바로 이어지고 있다.
-오랜만의 선역, 소회는 어땠나?
▲처음에는 원래대로 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혼란한 상황을 겪으며 속상함과 증오감이 뒤섞인 복수심을 어떻게 표현해야할 지 고민하고 노력해야 했다.
반효정, 전노민, 최지원 등 선배님들께 많은 조언을 구하고, 감독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으며 다정이를 제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대중적인 반응들도 신선했다. 극 초반에는 윤재경-강바다 전생의 업보라고 말씀하시던 분들이 중반을 넘어서자 '다정이 언제 복수하냐'라는 댓글과 함께 애틋하게 보는 분들이 많았다. 심지어 아버지도 '송이엄마'라고 하시더라(웃음). 완벽하지는 않아도 최선을 다한 게 느껴지는 구나 싶었다.
-정다정 연기 포인트?
▲슬픈 감정이 많았다. 엄마가 밝혀지고 친딸을 찾게되는 등 극단적인 감정선과 울분이 뒤섞여진 대본들을 보면서 웃기가 어렵더라.
다음 작품에서도 이러한 캐릭터를 한다면 좀 더 다양하게 살릴 수 있겠다는 마음가짐은 있다. 하지만 너무 슬프기만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웃음).
-선역으로서의 다양한 복수신을 마주했다. 제일 속시원했던 복수와 어려웠던 복수는?
▲어려웠던 것은 세란(오세영 분)에게 종아리를 치는 장면이었다. 악역일때도 해본 적 없었고, 다소 우스꽝스러울 수 있는 신이라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속시원했던 것은 솔직히 없다. 굳이 꼽자면 왕제국(전노민 분)이 강세란의 아버지를 죽인 사람임을 알게되는 마지막 신이다. 극의 근본인 다정을 향한 세란의 증오가 사실 잘못된 것임을 알려주면서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인간적으로 오세영 배우에게 미안한 부분이 많았다. 악역을 많이 해봤던 경험으로 그의 고생이 많이 공감이 됐다.
-복수 중심의 드라마 프레임 속에서 로맨스 연기가 쉽지는 않았을텐데?
▲질투와 집착이 섞인 악역을 거듭하기도 했고 평소 성격이 아니다보니, 로맨스 연기가 어색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 순간 반효정 선배가 '6개월 사랑 못하냐'라고 말씀하시더라.
그 말에 깨달음을 얻고 로맨스 연기에 좀 더 적극적이 됐다. 하지만 부족하다. 엄현경·박하나 언니가 어렵지 않게 했던 것들이 실상 어려웠다는 걸 깨닫고 노력해야겠다 싶었다.
-여러 아쉬움 가운데서 스스로 칭찬해줄만한 장면들은?
▲초반의 아버지 사고, 송이에 대한 모성애 등에서 감정이 잘 나온 것 같다. 복잡한 감정표현들이 어려웠고, 다정의 삶이 정립되지 않는 상태에서 맞닥뜨리는 장면들이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극 초반 아빠(안내상 분)를 경찰서에서 처음 마주하는 신을 촬영하면서 그러한 두려움이 녹아내린 것 같다. 현장에서 안내상 선배가 애정어린 눈빛으로 감정을 잘 주신 만큼 그만큼 연기하기 수월했다.
또 주인공으로서 엔딩을 맞이하는 결혼식, 극 중 다정이가 사랑하는 모두의 축복 속에서 결혼하는 그 장면이 어쩐지 감격스럽기도 하고 감정적으로도 잘 표현된 것 같다.
-'비밀과 거짓말' 아버지였던 전노민과의 계약결혼 구도, 어땠나?
▲활동하다 보니까 아빠로 만났던 선배와 남편으로도 만날 수 있구나 하고 신기했다. 다만 시청자들에게는 당황감을 줄 수도 있겠다 싶었다(웃음).
작품호흡하기에는 오히려 편했다. 친밀하게 소통하던 선배님이었던 만큼, 더 긴밀하게 잘 맞춰볼 수 있었다.
-송이·안나 등 아역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엄마로서의 경험이 없어서 더 많이 바라보고 사랑해주려고 했던 것 같다. 초반의 송이에게 애정을 쏟는 과정이 있었기에, 극 후반부까지 감정이 이어졌고 안나까지도 자연스럽게 감정이 묻어난 것 같다.
-극 전환점이 되는 파격적인 절벽추락신, 그 경험은 어땠나? 이외의 파격지점은?
▲일일드라마 하면서 쉽지 않은 첫 와이어신이라 색다르게 느껴졌다. 익사이팅한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촬영하는 가운데서도 스트레스가 풀리더라(웃음).
솔직히 절벽신만큼 체력적인 부담이 있는 건 아니지만, '샤오청'이라는 중국갑부 변장을 하는 파격도 꽤 신선했다. 정말 많은 걸 해보는구나 싶었다(웃음)
-작품상이지만 세 번의 결혼, 소회는 어떤가?
▲드레스 환상이 사라졌다(웃음). 엄마를 알기 전 웨딩숍에서 찍은 것부터 화려한 피날레 드레스까지 많이 입고, 화보도 찍다보니 뭔가 신선함은 없다.
-드라마 결말, 정다정과 오승아로서의 만족도는?
▲다정으로서는 80%정도 만족했을 것 같다. 제국(전노민 분)과 세란(오세영 분)의 사망이 마냥 행복하지는 않겠지만, 할머니와 딸, 엄마와 재회했고 사랑하는 남자와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데서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오승아로서는 한없이 부족하다. 태풍의 신부를 기점으로 배우로서의 자각이 생기면서 연기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고 슬럼프가 찾아왔다. 이 작품은 그러한 슬럼프를 걷어내고 연기재미를 되살릴 수 있게해준 작품이라서 더욱 기쁘고 좋다.
-일일드라마 주연을 거듭해온 오승아, 건강관리법은?
▲아버지(안내상 분)가 돌아가셨던 신에서 목감기가 걸렸어서 좀 힘들었을 뿐, 그 외에는 크게 아프지 않았다. 드라마를 하면서 저만의 건강관리 루틴이 생겼다.
평상시에는 수영을 하기도 하고, 잘먹고 잘자고 한다. 그리고 꿀을 매번 챙겨먹는다.
-차기작 포부?
▲드라마 불황 가운데서 불안함이 있지만, 지금까지는 운좋게 잘 이어가고 있다. 조금 쉬면서도 또 선택받을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하고 고민해나가야겠다.
-앞으로의 목표?
▲배우로서는 '오랫동안 사랑받는 배우'가 목표다. 전에는 손예진, 박민영 선배처럼 연기하고 싶었다면, 반효정 선배 처럼 꾸준히 호흡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인간적으로는 고민이 많다. 여자 오승아, 배우 오승아로서의 고민들을 다양하게 하고, 스스로와 주변에서 그 답을 찾아볼까 생각한다.
-다정과 시청자들에게 한 마디?
▲다정에게는 그동안 고생 많이 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시청자 분들께는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본래 오승아로 돌아가서 더 풍성한 연기 보여드리도록 노력해서 다시 만나뵙겠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