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저가 전기차' 경쟁 갈수록 치열

테슬라 모델3 업그레이드
테슬라 모델3 업그레이드

전기차 '캐즘' 속에서도 치열한 주도권 경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전기차 시장을 사실상 주도한 테슬라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전기차 기업의 맹추격에 주춤했다. 지난해 4분기 중국 BYD는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전기차 판매 1위에 올랐다.

테슬라는 전기차 수요 부진과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카드로 저가 전기차 출시 계획을 밝혔다.

[스페셜리포트]'저가 전기차' 경쟁 갈수록 치열

◇테슬라발 저가 전기차 경쟁 돌입

테슬라는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저가) 모델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2만5000달러(약 3400만원) 저가 전기차 '모델2' 출시 계획을 공개했다. 앞서 테슬라의 가장 저렴한 전기차 '모델3' 가격은 3만9000달러(약 5300만원) 수준이다.

테슬라는 그동안 전기차 가격을 낮추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 전기차 시장에서 가격 경쟁이 시작되고 테슬라는 고가형 모델S·모델X에 이어 중저가 모델3·모델Y 가격 인하 전략을 펴면서 시장 지배력을 키워왔다.

이에 테슬라는 모델3·모델Y 가격을 낮추면서 모델2를 비롯 새로운 전기차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테슬라는 연간 500만대 판매 목표로 “저렴한 모델을 포함해 신규 차량의 새로운 생산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내수 시장 중심으로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선 BYD는 실·아토3·돌핀 등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전기차를 출시했다. BYD 중형 세단 실은 주행 거리 700Km, 가격은 3000만원 중후반대 판매되고 있다. 모델3 실구매가 4000만원보다 저렴한 셈이다.

BYD는 전기차 제조 원가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와 함께 완성차 제조까지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가 BYD 실을 해체 분석한 결과 배터리를 중심으로 부품의 75%를 자체 생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생산 단가를 낮춰 저가 전기차 공세가 가능한 셈이다.

BYD 아토3
BYD 아토3

◇수요 위축과 보급형 전기차가 키운 전기차 시장

자동차 업체들이 저가형 전기차 출시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수요 축소 때문이다. 세계 전기차 성장세가 더딘 상황이지만 저가 전기차 수요는 꾸준하다. 고성능·플래그십 전기차 시장은 어느 정도 안정기에 진입했지만 중저가·고성능 전기차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1400만대 이상으로 추산된다. 올해 1600만대 이상 판매될 것으로 예측했다. 17%에 이르는 성장률이다. 중국과 유럽의 성장세가 정체되고 있지만 미국 성장세가 가파른 편이다.

글로벌 전기차 주요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 중국, 유럽이 94%를 차지했다. 테슬라가 모델3, 모델Y 가격 인하 정책과 BYD, 폭스바겐, 지리 등 주요 업체들이 제품을 할인된 가격에 팔면서 전기차 수요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테슬라는 미국, 유럽 시장에서 가격 인하와 함께 중국에서 전기차 가격 인하를 추가 단행했다. 테슬라 모델3·모델Y 중국 내 판매가를 각각 23만1900위안(약 4400만원)과 24만9900위안(약 4700만원)으로 낮췄다.

BYD는 저가 전기차 출시를 확대하고 있다. BYD는 초소형 전기차 '시걸'을 출시했다. 현재 기존 가격에 5% 할인된 1만 달러(약 130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는데다 LFP 기반 보급형 전기차 수요가 높아졌다.

빌루소 오토모빌리티 창업자는 “전기차 가격 전쟁은 진행 중”이라며 “BYD는 마진 우위를 이용해 시장을 공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샤오미 SU7
샤오미 SU7

◇中 신흥 기업 전기차 시장 진출로 가격 경쟁 심화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의 전기차 출시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변혁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자동차 시장은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주도했다. 하지만, 샤오미, 니오, 샤오펑 등 중국 기업의 전기차 시장 진입이 잇따르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현대차,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등 완성차 업체들은 차별화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업체마다 판매장려(인센티브) 할인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가 치열하다. 현대차, 폭스바겐 등도 배터리 업체 또는 전기차 스타트업과 손잡고 전기차 배터리 또는 제조 가격 인하를 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보급형 전기차보다 낮은 가격대 전기차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면서 “글로벌 시장 경쟁은 갈수록 치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