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구개발(R&D) 신규과제 선정을 놓고 일정 지연에 이어 선정 규모 축소와 부실한 평가 결과로 또다시 잡음이 일고 있다. R&D 예산의 대거 삭감 여파로 젊은 연구자들의 연구비 가뭄 우려가 나온 가운데 이 같은 결과에 따라 연구현장은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상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최근 기초연구사업 분야의 우수신진연구 신규과제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우수신진연구는 박사학위 취득 7년 이내 또는 만 39세 이하의 임용 5년 이내 조교수 이상 직위 연구원, 이공계 대학 전임교원,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정규직 연구원 등의 연구역량 향상을 위한 지원 사업이다.
올해 초 과기정통부는 R&D 예산의 대거 삭감 상황에도 불구하고 젊은 과학자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관련 지원 예산을 지난해 대비 약 600억원 늘어난 2702억원으로 책정하고, 우수신진연구 선정과제 수 또한 약 300개 이상 확대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확대 계획에 따라 우수신진연구 신규과제 지원자 수는 예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R&D 예산 삭감으로 인해 연구비 확보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따라 젊은 연구자들이 대거 몰렸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약 1900여명에 달했던 우수신진연구 지원자 수 규모는 올해 4500여명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당초 지난달 초 연구가 시작돼야 했던 우수신진연구는 평가 절차 지연으로 선정이 늦어지면서 한 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여기에 늦장 발표된 신규과제 선정 결과에 대해서도 연구현장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과기정통부가 발표했던 760개 신규과제 선정 목표와 달리 실제 선정된 신규과제는 약 650개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연구현장에선 선정된 신규과제 수가 약속과 달리 줄어든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과기정통부는 선정 규모 축소가 과제당 늘어난 연구비로 인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올해의 경우 과제당 연구비는 최대 3억원으로, 기존 최대 1억5000만원의 2배로 늘면서 계획했던 신규과제 규모를 맞추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더욱 논란이 된 것은 탈락 과제들에 대한 평가 결과다. 부실한 평가 결과로 연구현장의 불신과 반발을 더 부추기고 있다.
실제 올해 우수신진연구에 지원했던 지방 국립대 한 교수는 “연구주제의 신규성이 떨어진다는 식의 형식적인 평가 의견과 함께 과제 탈락 결과를 받아 당혹스러웠다”며 “일부 교수들은 자신이 제출한 과제와 전혀 관계없는 타 과제 평가 의견을 받은 사례도 있어 평가 결과에 대해 이의 제기를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연구현장은 선정률 10%를 갓 넘기는 수준의 결과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의 급진적인 R&D 예산 기조 변화에 따라 한정된 예산 내에서 끼워 맞추기식 평가가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이 같은 부실한 평가 결과는 정부의 젊은 연구자 지원 의지와는 반대로 연구자를 도태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지방 소재 또 다른 국립대 교수는 “제안 과제에 대한 평가 의견은 다음 기회를 대비하기 위해 어떠한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 연구자가 참고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임에도 매년 연구과제 선정 발표 시기에는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진다”며 “결국 선정과제 규모나 지원 예산을 늘리는 단순한 해결법이 아닌 과제 평가 전문성 확보 등 평가 체계 자체에 대한 손질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국가 R&D 과제 평가 표준지침 개정안을 마련해 과제 평가위원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평가하고 마일리지를 부여하는 '평가위원 마일리지제'의 세부 운영방안을 마련,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또 평가 결과와 평가위원 명단을 과제 신청자에게 공개하고, 종합평가의견에 탈락 사유와 미비점을 구체적으로 담을 방침이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젊은 과학자 지원 연구개발 예산 및 신규 과제 규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