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서 기술신용대출 잔액과 건수가 줄었다. 고금리 상황과 더불어 기술금융 심사 기준이 까다로워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 기술신용대출 건수가 34만3170건으로 지난해 3월(44만6351건)에서 1년 새 10만3181건 줄었다.
건수와 동시에 대출 규모도 감소했다. 지난 3월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152조5203억원이다. 지난해 3월(173조3365억원)대비 12.01% 줄었다.
은행별로 보면 기술신용대출은 KB국민은행이 8조6242억원 감소했다. 이어 우리은행 6조8780억, 하나은행 4조3990억, 신한은행 9150억 순으로 줄었다.
국내 17개 시중·지방·특수은행으로 확대하면 지난 3월 기술신용대출 건수는 전년 대비 11만1338 줄었다.
단순히 대출 규모가 아닌 대출 건수가 줄어든 것은 과도하게 부풀려졌던 기술금융 거품이 꺼지고 혁신 기술 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옥석가리기'가 가능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술금융 감소세는 기술 신용평가 발급 기준 강화로 인한 연장 불가 사례가 증가한 이유가 크다”면서 “기술 신용이 과거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방향이 바뀌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기술신용대출 실행 기준이 되는 기술신용평가(TCB) 기준을 강화하려는 기조다. 금융위와 신용정보원은 2022년 8월 업종취급기준을 강화한 '기술금융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지난달 3일엔 금융위원회가 기술신용평가 내실화를 다지기 위한 기술금융 개선방안을 내놨다. 기술기업 평가 시 현지조사·세부평가의견 작성 의무화와 기술평가 등급 판정 기준 강화가 골자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비기술기업에 대해 관대한 등급을 주는 등 허술하게 운영됐던 관행들을 타파하고 기술신용평가 내실화를 다지겠다는 취지다.
김선우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센터장은 “기술신용대출 규모가 감소한 것은 고금리 상황에서 창업·중소기업이 대출 자체에 부담을 느끼는 요인도 있을 것”이라면서 “경제가 어려운 때에 융자·보조금·투자·출연금 등 각 기술기업 상황에 맞는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2014년에 도입된 기술금융이란 기술력이 우수하나 신용등급이 낮아 자금 조달이 어려운 창업·중소기업 금융을 지원하는 제도다. 기술신용평가사가 발급한 평가서 등급에 따라 대출 한도와 금리 등을 우대한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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