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반도체 유리기판 사업 속도를 높인다. 회사는 당초 올해 안으로 계획했던 시제품 생산(파일럿) 라인을 1분기 앞당겨 구축하기로 했다. 연구개발(R&D)부터 양산까지 속도전을 전개, 경쟁사를 맹추격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최근 반도체 유리기판 파일럿 라인 장비 반입 완료 시기를 9월로 확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세종에 들어설 파일럿 라인의 장비사를 내부적으로 선정하고, 설비 구축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기가 주요 유리기판 장비 공급사에 납품 일정을 공유했다”며 “삼성의 안전 규정을 포함한 자동화 기능까지 확보, 9월까지는 반입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리기판은 기존 플라스틱(오거닉) 소재 기판과 견줘 보다 미세 회로 형성이 가능하고 두께도 얇다. 열에도 강해 고성능컴퓨팅(HPC)용 반도체 기판으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기는 이에 올해 1월 CES 2024에서 반도체 유리기판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고 △올해 파일럿 라인 구축 △내년 시제품 양산 △2026년 양산이라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1년 단위 계획이나 회사 내부적으로는 이보다 더 공격적인 행보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다수 장비 공급사들과 라인 구축을 논의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현재 파일럿 라인 구축을 위한 주요 장비 협력사로는 필옵틱스·켐트로닉스·중우엠텍, 그리고 독일 LPKF 등이 회자되고 있다. 장비 반입을 마치고 준비 작업이 끝날 경우 이르면 4분기 파일럿 라인 가동도 예상된다.
삼성전기가 사업에 속도를 내는 건 경쟁사와의 격차를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SKC 자회사 앱솔릭스는 2분기 미국 조지아에 있는 시제품 생산 공장을 본격 가동할 방침이다. 삼성전기가 아직 파일럿 라인도 완료되지 않았는데, 경쟁사는 소규모 생산에 돌입하는 상황이다.
또 인텔·AMD 등 주요 유리기판 고객사들이 본격적으로 공급망 구축에 돌입하면서, 고객을 확보할 기술 및 생산 인프라 조성이 시급해졌다. 유리기판 시장이 열리면서 삼성전기는 빠른 대응이 필요해졌다.
모바일과 PC 등 삼성전기 주력 시장의 성장 둔화로 새로운 미래 먹거리가 필요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기는 HPC와 자동차 전장을 주 공략 대상으로 선정하고, 유리 기판을 포함한 신성장 동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이 직접 유리기판 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삼성전기가 유리기판 사업을 빠짝 죄는 것 또한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