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분쟁이 격화함에 따라 베트남·멕시코를 통한 중국의 대미 우회수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대선을 앞두고 우회수출을 제재할 공산이 큰 만큼, 정부와 해당 지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6일 발표한 '중국의 대미국 우회수출 추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베트남·멕시코를 통한 대미국 수출액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2배 증가했다.
중국의 베트남을 통한 대미국 우회수출은 2018년 15억7000만달러에서 2022년 30억2000만달러로, 멕시코 우회수출은 2018년 53억달러에서 2022년 105억5000만달러로 늘어났다.
다지역산업연관모형(ADB MRIO)을 통해 중국 수출의 최종 귀착지를 살핀 결과, 중국의 베트남 경유 대미 우회수출은 통상법 301조 대중 관세,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이 시행된 2019년을 기점으로 급증했다.
산업별로는 섬유(+6.1억 달러), 금속가공(+3.7억), 전기광학장비(+3.0억) 등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 표적인 중국 신장 지역의 주력 생산 품목을 중심으로 우회수출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의 멕시코 경유 대미수출 증가는 전기광학장비(+17.1억달러), 펄프 및 종이제품(+10.2억달러), 운송장비(+7.6억달러) 등 분야에서 두드러졌다. 미국의 대중 제재뿐만 아니라 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USMCA) 및 인플레이션감축법(IRA)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USMCA, IRA가 운송장비의 북미지역 생산 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구조인 만큼 중국 기업의 멕시코 생산기지 건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베트남·멕시코를 활용해 제재를 피하는 것은 미국의 수입 동향에서도 확인됐다. 미국이 2019년 통상법 301조에 따라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인상한 결과, 해당 품목에 대한 대중국 수입은 2017년 3209억달러에서 2023년 2335억달러로 27.2% 감소했고 수입의존도도 7.5%p 하락했다.
반면 동기간 대멕시코 수입은 2873억달러에서 4430억달로 1557억달러 증가하며 증감액 기준 1위를 기록했다. 대 베트남 수입도 연평균 12.7% 성장하며 연평균증가율 1위를 기록했다.
김나율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대선을 앞둔 미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우회수출 제재를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베트남과 멕시코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해당 제재로 인한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중국 우회수출이 증가한 품목과 관련된 미국의 정책을 자세히 모니터링하는 한편, 생산 공정에 투입하는 중간재의 미국 수입 기준 충족 여부 검토, 관련 입증 자료를 철저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산업별로 미국의 무역 규범을 준수하며 신뢰를 기반 공급망을 구축함으로써 중국 대비 비가격적 측면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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