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바이크는 근거리 이동의 일상적인 불편함을 발견한 데서 출발했다. 차로 이동하기 애매한 거리를 편리하게 오갈 새로운 대안으로 킥보드와 자전거 등 '마이크로모빌리티'에 주목했고, 2019년 공유 마이크로모빌리티 서비스 '지쿠'를 출시했다.
세계적인 기후 위기 뉴스를 보며 우리의 서비스가 시대적 요구에 딱 맞아떨어지는 아이템이고,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확신이 생겼다. 다음 스텝으로 이 생태계를 빠르게 확장해 주요 이동 수단으로 사회에 안착시키자는 목표를 세웠다.
어떻게 하면 모빌리티 생태계를 확장시켜 더 많은 사람이 PM을 타게 하고, 우리 사회의 주요 이동 수단이 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해서 찾은 것이 바로 배터리 교환형 스테이션(BSS) 시스템이다. 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 전기오토바이 등 전기를 에너지로 하는 다양한 탈 것들이 통일되고 규격화된 공동의 배터리를 사용하면서, 배터리가 떨어져 가면 같은 BSS에서 배터리를 교환하도록 하여 모빌리티 생태계를 바꾸려는 것이다.
자동차 산업에서 많은 힌트를 얻었다. 자동차가 오늘날 대중화된 이유를 찾아보면 첫 번째는 도로의 확충, 두 번째는 언제 어디서나 기름을 채울 수 있는 주유소, '에너지 인프라'다. 도로는 국가에서 설치하니 곧바로 개선할 수 없지만 PM의 에너지 인프라는 BSS를 확대함으로써 확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PM의 배터리를 표준화하는 작업을 수행했고, BSS를 개발하고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친환경 이동 수단을 우리 사회에 정착시키고, 나아가 탄소발생을 줄임으로써 넷제로(Net Zero)라는 커다란 목표를 향해 나아가려고 한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만큼 라이드 수가 늘어났다. 지쿠 서비스가 1억 라이드를 돌파하면서 저감시킨 탄소 배출량은 3억4000만톤에 달하는데, 이는 30년산 활엽수 340만그루(축구장 1만개 넓이)가 1년간 흡수해 줄어드는 이산화탄소 양과 같다. 감히 '넷제로' 라는 더 큰 목표에도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혁신 기업이 해야 할 변혁의 시작은 우리 생활에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고민하면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고 스코프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문제 해결의 범위를 최소화하고 실행을 빠르게 해야 하는 이유는 경쟁력 확보 및 생존 때문이다. 스타트업 초기에는 자금이 제한적이고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할 물리적인 역량이 없다. 그러니 가능한 작은 부분에서부터 변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다행인 점은 스타트업은 지배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바이크도 처음부터 '탄소 발생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기업' 등의 거창한 목표를 가졌다면 사업을 시작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근거리 이동, 더 구체적으로는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탈 것이 필요하다는 문제로 범위를 줄이니 적은 비용으로 빠른 실행이 가능했다. 맨 처음 지방에서 킥보드 3~40대로 무작정 파일럿 테스트를 시작했고, 빠르게 규모를 키우며 큰 수요를 발견했다.
기술과 시장은 언제나 변하고 있으며, 시장에 빠르게 진입해서 관련 사업을 성장시켜야 더 큰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스타트업이 변혁을 이끌어내고 세상을 바꾸려면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고 최소한의 자원으로 빠르게 실행해야 한다. 이것이 성공적인 스타트업의 핵심이다.
윤종수 지쿠 대표 walter.yoon@gbike.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