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증권사가 연이어 '어닝 서프라이즈' 소식을 전하고 있다. 국내 증시의 거래대금 증가와 더불어 지난해 발생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비용 인식이 일시적으로 감소한 영향이다. 부동산 PF 정리 수준에 따라 증권사의 상반기 성적표가 크게 차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던 증권사 다수가 1분기 들어 크게 상승한 실적을 꺼내들고 있다. 앞서 잠정 실적을 공개한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를 비롯한 주요 증권사 대부분의 1분기 실적은 직전 분기 대비 급증했다.
전일 실적을 발표한 한국투자증권은 역대 최고 기준 실적을 이번 1분기에 기록했다. 한투증권의 연결 기준 연결 기준 1분기 당기순이익은 3687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분기 기록했던 적자를 벗어난 것은 물론 전년 동기에 비해서도 40.7%가 늘었다. 영업이익도 36.5% 늘어난 3918억원을 기록했다. 당초 시장 추정치인 대비 1000억원 넘게 증가하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키움증권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지난 2일 키움증권이 공개한 잠정실적은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3377억원, 지배주주 기준 순이익은 2448억원을 냈다. 1년 전보다 9.4% 줄었지만, 직전 분기 대비로는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당초 증권가 추정치인 1890억원에 비해서도 크게 늘어난 액수다.
이어지는 호실적에 증권가도 목표주가를 높여 잡고 있다. 교보증권은 이날 한국금융지주의 목표주가를 7만6000원에서 8만2000원으로 상향했다. 삼성증권도 한국금융지주 목표주가를 5% 높은 8만4000원으로 올렸다. KB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도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IBK투자증권은 전일 키움증권의 목표 주가를 15만원으로 높여잡았다.
증권업계 전반이 1분기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받아든 결과다. 앞서 잠정 실적을 공시한 KB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NH투자증권 등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은 직전 분기 대비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증권업계 실적 개선은 증시 거래대금 증가와 해외주식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리테일 분야 수익 증가에 따른 영향이다. 실제 지난 1분기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약 21조4000억원 수준으로 직전 분기 대비 29.7% 증가했다. 분기 단위 해외 주식 거래대금도 약 123조5000억원 수준으로 2021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다만 2분기 이후는 다시 실적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오는 10일 금융당국의 부동산 PF 정상화 계획 발표 안팎으로 수익성 낮은 브릿지론에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해 증권사 영업실적 악화의 주된 원인이 됐던 PF 관련 충당금 적립이 다시 2분기 실적의 가늠자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2분기 중 부동산PF 관련 충당금 인식이 높다고 판단되며 실적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적절한 구조조정이 진행된다면 부동산 금융 회복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 역시 고려해야 할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