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가 보험설계사 위주로 구성된 삼성화재 노조(RC지부)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민영보험사가 설계사 노조와 단협을 체결한 건 보험 역사상 최초다.
지난달 우체국에 이어 대형 보험사까지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확산 조짐에 보험업계가 긴장하는 모습이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일 서울시 중구 소재 더익스체인지 서울 빌딩에서 삼성화재와 삼성화재 노조 RC지부 단협 체결식이 진행됐다. 협약식에는 방대원 삼성화재 인사지원담당 상무와 오상훈 삼성화재 RC지부 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의 주요 내용으로는 △교섭대표 인정 △균등처우 △조합활동 인정 △불이익 금지 △행사 지원 △홍보활동 보장 △시설편의 제고 △수수료제도 변경시 조합의견 수렴 등 향후 노조·설계사 활동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됐다.
삼성화재 설계사 노조는 지난해 2월부터 약 1년 3개월의 기다림 끝에 사측으로부터 공식적으로 노조 활동 권리를 인정받게 됐다. 노사간 갈등없이 협의가 마무리됐다.
오상훈 삼성화재 RC지부 노조위원장은 “그간 보험업계 노사간 단체협약 사례가 없었고 아직도 상당수 보험사가 법정의무인 교섭을 소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이번 삼성화재와 삼성화재 노조 단협 체결이 다른 보험설계사 노조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잇따른 설계사 노조 단협 소식이 다른 보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달엔 우체국FC 노조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단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과거 보험설계사는 회사에 소속된 근로자보단 특수고용직, 개인사업자로 취급됐다. 근로기준법상으로도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다만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서 설계사의 노동자 지위를 인정한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노조를 설립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
지난 2021년 한화생명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에 설계사 노조가 설립된 이후 보험 설계사 조직에 노조화 바람이 불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설계사 노조는 사측과 기초협약을 체결해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은 상태다.
이후 삼성생명, KB라이프생명의 GA KB라이프파트너스 등 영업 조직에서 설계사 노조가 탄생했지만, 보험사는 설계사 노조와 협상을 미뤄왔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과기부에 1등 손보사까지 설계사 노조를 인정하면서 다른 보험사들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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