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가지 않아도 임상시험 참여'…분산형 임상시험 시범사업 착수

정부가 자택 등 외부에서도 임상에 참여할 수 있는 '분산형 임상시험(DCT)'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중국, 대만 등이 분산형 임상시험 허용 후 다국적 제약사 임상 수요를 빨아들이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규제개선과 기술개발로 대응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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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정부기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하반기 착수를 목표로 분산형 임상시험 시범사업을 검토 중이다.

분산형 임상시험은 환자가 임상시험실시기관(병원)을 방문하지 않고도 IT를 활용해 자택 등 외부에서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을 쓴다. 온라인 환자 모집, 전자서명, 원격 데이터 모니터링, 비대면 진료, 모바일·홈 방문 서비스 등이 포함된다.

현행 약사법에선 임상시험은 의료기관 내에서만 이뤄지도록 한데다 의료법에서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지 않는다. 때문에 국내에선 분산형 임상시험이 불법이다.

복지부는 분산형 임상시험 허용을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이에 앞서 근거(데이터)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시범사업은 지난해 착수한 분산형 임상시험 기술개발 사업을 통해 개발 중인 다양한 솔루션을 적용,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이 기술개발 사업은 서울대병원 컨소시엄을 주관기관으로 임상시험 데이터를 익명화해 집적하는 통합 데이터웨어하우스를 개발하고, 의료기관 방문 없이 원격으로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의료기관, 제약사, IT 솔루션 기업 등과 협업해 실제 임상시험 과정에서 분산형 임상시험 플랫폼을 실증하고, 이 결과를 토대로 추후 법 개정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분산형 임상시험은 화이자, BMS, 로슈 등 다국적 제약사를 중심으로 이용이 활발하다. 다양한 국가에서 이뤄지는 임상시험을 중앙에서 통제 가능한데다 데이터도 효율적으로 수집·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에선 분산형 임상시험을 허용했다. 2020년 코로나19 유행 이후 싱가포르, 중국, 대만 등 아시아 국가도 분산형 임상시험을 전면 허용, 다국적 제약사 임상시험을 대거 유치하고 있다. 이번 시범사업은 우리나라 임상시험 환경을 디지털화하는 한편 규제 개선으로 글로벌 트렌드에 대응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