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학부모·의사 등 약 4만명이 정부 의대증원이 부당하다며 증원·배분 결정 효력을 멈춰달라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의사단체는 연일 의대 정원 백지화를 촉구하며 정부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필수의료 분야 보상체계 개선을 위해 1200억원을 추가 투입하는 등 의료개혁을 차질 없이 추진할 뜻을 분명히 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대 증원·배분 결정 효력 집행정지 신청이 항고심에서 인용되도록 협회 회원 등 4만2206명의 탄원서를 모아 참고 자료와 함께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했다고 10일 밝혔다.
의협에 따르면 탄원서 제출에 동참한 탄원인은 의사 회원 2만730명, 의과대학생 1407명, 일반 국민과 의대생 학부모 2만69명이다.
이들은 탄원서와 함께 일본의 의사수급 분과회 운영 방식과 의대 정원 정책 등을 근거로 해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정책은 부당하다”고 설명하는 참고 자료도 함께 법원에 냈다.
의협은 “정부가 국가별 보건의료 제도의 차이점은 고려하지 않은 단편적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 자료를 활용해 의사수가 부족하다는 주장을 하는 등 과학적 근거를 동반하지 않은 채 여론을 선동하고 국민의 불안감을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사인력 수급 문제는 국가적 사안으로 특정 집단의 목적과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정책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해당 사건에 대해 탄원서와 참고 자료를 제출하게 되었다”며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고등법원은 의대생과 교수, 전공의 등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의 항고심에 대해 이달 중순까지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제동이 걸리게 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사실상 증원이 확정된다.
의료계는 연일 의대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며 정부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임현택 의협회장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에 대한 입장 브리핑을 열고 “의대 정원 백지화하는 결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임 회장은 “어제 국민에 한 대통령 말씀은 국민을 위한 진심이었다고 생각하지만, 박민수 차관과 김윤 같은 폴리페서들이 대통령을 망치고 국민 생명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말하면 건물을 짓는데 철근을 빼고 대나무를 넣는 것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수수깡을 넣겠다는 것”이라며 “박민수와 김윤이 국민과 대통령을 속여 나중에 국민들로부터 한탄과 원망이 나오면 대통령이 온갖 책임을 뒤집어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전공의 복귀를 촉구하면서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재정 투입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2024년 상반기 필수의료분야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를 위한 신속 추진과제로 △신생아·소아 분야(700억원) △산모 분야(200억원) △중증 분야(300억원) 등 약 1200억 원을 추가 투입한다.
내달 1일부터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에 대해 고위험 분만 관련 손실분을 사후보상하고, 집중치료실 입원환자 1인당 일 20만원을 7일 간 정액 지원 예정이다. 또 일반 시술의 1.5배 수가를 적용하는 급성심근경색증 응급시술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모든 혈관에 대한 시술에 수가 산정이 가능하도록 한다. 시술 수가도 기존 최대 130%에서 270%로 대폭 인상 예정이다.
현재 수도권, 충청권, 전라권, 경상권 등 4개 권역에서 운영 중인 광역상황실을 인구가 많은 수도권, 경상권에 7월 말 추가 개소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는 의료공백을 최소화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면서 의료개혁 완수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며 “국민 여러분께서도 정부의 의료개혁에 대한 의지를 믿고 끝까지 함께 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