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김수한무~' 사회 변화·시대적 요구 맞춰 대학 학과명도 길어진다

신설된 첨단학과·복합적인 융합학과 대표적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융합, 아이, 음…잠시만요. 저는 ○○○○○○○○○○○전공이에요. 사실 컴공(컴퓨터공학)인데 이게 융합 학과라……”

최근 인터뷰에서 전공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 대학생이 자신의 소속 전공을 한 번에 말하지 못하며 민망해했다. 입으로 몇 번 더 헤아리더니 10자가 넘는 학과명을 내뱉었다. 학과명이 너무 긴 탓에 벌어진 작은 헤프닝이었다. 사회적 변화와 새로운 기술 도입이 학문 영역으로 스며들면서 이를 반영하기 위한 대학의 고민이 학과명으로 나타났다.

대학알리미를 기준(연계전공 제외)으로 서울 지역 대학 중 가장 긴 명칭을 가진 곳은 서경대 '글로벌뷰티테라피&코스메틱학과'와 세종대 '호텔외식관광프랜차이즈경영학과' 두 곳으로 이들 학과명은 총 15글자에 달한다.

15자까지는 아니지만 10자가 넘는 학과명은 이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전통적인 학과보다는 첨단분야나 융합학문에서 두드러진다. 서울과기대 스마트ICT융합공학과는 2023년 신설된 학과다. 스마트ICT융합공학과가 속해있는 정보통신대학은 2012년 공과대학에서 분리돼 정보통신대학이라는 명칭으로 신설됐다.

[에듀플러스]'김수한무~' 사회 변화·시대적 요구 맞춰 대학 학과명도 길어진다

동국대 멀티미디어소프트웨어공학전공도 기존 멀티미디어공학과가 2023년 AI소프트웨어융합학부로 편제, 변경되면서 명칭이 바뀌었다. 상위 단과대인 AI소프트웨어융합학부는 2021년 교육부의 첨단분야 학과 학생정원 조정으로 신설된 학부다.

한국외대 Social Science & AI융합학부 역시 2024년 신설된 AI융합대학원 산하 첨단분야 학과다. 해당 학과는 홈페이지에서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 교육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와 대학의 획기적 혁신이 요구되는 시대·사회적 변화에 맞춘 것이라고 신설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화여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가 소속된 공과대학은 1981년 문리대학에 전자계산학과 신설이 그 시작이지만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는 2017년 신설됐다. 2010년대 중반에서부터 나온 기후·에너지 분야에 관한 관심이 하나의 학문으로 탄생한 것이다.

서울 지역 한 첨단 학과 교수는 “정부 정책이나 시대 흐름이 첨단 학문으로 가다보니 이런 명칭의 첨단 학과나 융합 학과가 생겨나는 추세”라며 “시대 흐름을 반영하는 것 같은데, 교수들도 옛날처럼 작은 분야를 깊이 탐구하기보다 다른 영역과 함께 연구하는 풍토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이 학과명을 만들 때 많이 고민하게 되는데 요즘은 첨단분야 학문이 많아지면서 이름도 어려워졌다”면서 “강조하고 싶은 분야를 다 넣으려고 하다보니 학과명이 점차 길어지고 있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