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면서 실질구매력이 상승하고 민간소비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경제성장률이 확대되는 가운데 민간소비를 부양하기 위한 단기적인 거시정책은 인플레이션 안정 추세를 교란해 금리 인하를 지체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추진하려는 전국민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지급'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으로 풀이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3일 KDI 현안분석 '고물가와 소비 부진: 소득과 소비의 상대가격을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올해 실질경제성장률이 확대되는 가운데 상대가격도 상승함에 따라 실질민간소비 여건이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2~2023년 소비자물가는 연평균 3.9% 상승한 반면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는 연평균 1.7%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소비 대비 소득의 상대가격은 2022년 3.0%, 2023년에는 1.3% 하락했다. 소득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실질구매력이 감소한 것이다.
상대가격은 국제유가 등 수입품 가격과 반도체 등 수출품 가격에 영향을 받는다. KDI의 분석에 따르면 원유 등 수입품의 가격 상승은 상대가격 하락 요인인 반면 반도체 등 수출품의 가격 상승은 상대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도체와 같은 주요 수출품의 가격 상승은 단위 물량 생산에 대한 명목소득을 증가시키지만 민간소비와의 직접적인 관련이 낮아 소비자물가에는 큰 영향이 없다.
2022년의 상대가격 하락은 국제유가 급등에, 2023년의 하락은 반도체 가격 급락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는 국제유가의 상승률 대비 반도체 가격의 상승률이 월등히 높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올해는 2022년과 2023년 누적 4.3%로 추산된 급격한 상대가격 하락 추세가 0.1~0.8%로 완만한 상승추세로 반전되며, 실질구매력 증가와 민간소비 여건 개선 요인을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KDI는 현 상황에서는 단기적인 거시정책의 필요성은 높지 않다고 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고물가 때문에 통화정책이 긴축적인 기조로 가고 있는데 재정정책을 확장적으로 가는 것은 맞지 않다”며 “물가가 높은 상황에서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건 오히려 경기를 불안해지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민생회복지원금이나 SOC 투자는 내수부양에 효과가 있겠지만 지금 그게 필요한 상황인가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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