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 하면 어떤 형태가 떠오르세요. 평소 PC 주변 기기에 관심이 없다면, 흔히 볼 수 있는 사무용 키보드를 먼저 떠올릴 겁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키보드는 종류가 무척이나 많아요. 작동 방식에 따라 구분하는 방법도 있고, 키 개수로 구분하는 방법도 있죠. 이번에는 키 개수, 그러니까 배열에 따라 키보드를 어떻게 나뉘는지 알아보려 해요.
기본적인 키보드 키 구성
지금 사용 중인 키보드를 볼까요. 다양한 키가 기능에 따라 서로 다른 영역에 배치돼 있습니다. 키 배치 구역은 크게 ▲타이핑 ▲숫자패드 ▲내비게이션 ▲펑션(기능) ▲컨트롤 등 다섯 가지로 구분할 수 있어요. 여기에 숫자패드 위에 배치된 인디케이터 영역까지 포함하기도 하는데요. 인디케이터는 기능 on/off를 불빛으로 나타내는 기능이라 키가 아닙니다.
위 이미지를 참고하면 이해하기 편할 겁니다. 타이핑 영역은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문자열과 그 위에 배치된 숫자키, 스페이스바를 모두 포함합니다. 숫자패드는 키보드 맨 우측에 위치한 숫자키와 숫자 기호 모음이에요. 내비게이션 영역은 타이핑 영역과 숫자 패드 사이에 위치해요. 방향키와 인서트, 홈, 페이지 업/다운 키가 여기에 속하죠.
타이핑 영역 위를 보면 F1부터 F12가 적힌 펑션 키가 배치돼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페이스바와 펑션키 좌우 측에 위치한 키들을 컨트롤 키라고 불러요. 컨트롤, 알트, 윈도우, 프린트스크린 키가 컨트롤 키에요. 배열을 조정하지 않은 일반적인 키보드는 대부분 이러한 키 구성을 지니고 있어요. 저렴한 사무용 키보드는 십중팔구 기본 구성을 따르죠.
모든 키를 갖춘 ‘풀배열 키보드’
모든 키를 갖춘 제품을 풀배열 키보드라고 부릅니다. 풀배열 키보드의 기본은 미국 표준 101키 키보드에요. 101키란 키 개수가 총 101개라는 의미입니다. 풀배열 키보드는 101키 배열에 한/영, 한자, 하단 펑션 키(Fn 키) 등을 더한 103~106키 제품이 많습니다. 요즘에는 독특한 키감을 제공하는 기계식 키보드를 많이 찾는데요. 기계식은 104키가 주류입니다.
풀배열 키보드의 변형으로는 99키, 100키 배열이 있는데요. 내비게이션 영역에 위치한 일부 키를 제거한 제품이라고 보면 돼요. 프린트 스크린, 스크롤 락 같은 키들요. 제품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방향키와 숫자패드를 문자열 옆에 가까이 배치하고, 남은 내비게이션 키를 숫자패드 위로 올리는 식으로 부피를 최대한 줄입니다.
풀배열 키보드의 장점은 모든 배열을 다 갖췄기에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각종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단축키를 빠짐없이 활용할 수 있고, 숫자패드 덕에 계산이 수월하죠. 단 풀배열 키보드는 공간 활용도가 떨어집니다. 모든 키를 지원하다 보니 크기도 가장 크거든요. 좌우 길이가 길어 휴대도 쉽지 않아요. 가방에 잘 안 들어갑니다.
숫자패드 없앤 ‘텐키리스(Tenkeyless, TKL) 키보드’
숫자패드를 제거해 부피를 줄인 제품을 ‘텐키리스 키보드’라고 합니다. 텐키리스는 숫자패드에 위치한 숫자 0~9 키를 없앴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요. 실제로 보면 숫자 키는 물론 계산에 필요한 주변 키까지 모두 없앤 제품입니다. 텐키리스 키보드는 흔히 텐키, TKL(영문 약어), 87키 키보드라고 불려요. 텐키리스 키보드는 보통 87키 배열이 많거든요.
텐키리스 키보드의 변형으로는 84키 키보드가 있는데요. 84키라는 명칭보다 ‘75% 배열’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불려요. 75%란 표준 키보드 대비 약 25%의 키가 제거된 제품이라는 의미입니다. 84키는 내비게이션 영역 키를 일부 제거하고, 문자 영역과 방향 키 사이를 최대한 좁힌 제품인데요. 앞서 언급한 지인이 선택한 키보드가 84키 키보드였습니다.
텐키리스 키보드는 공간 활용도가 높아요. 숫자패드를 없앤 만큼 책상에 여유 공간이 생기죠. 풀배열 키보드로 게임을 하다 보면, 마우스를 움직일 공간이 부족할 때가 많아요. 텐키리스는 그럴 일이 없습니다. 마우스를 더 넓게 움직일 수 있죠. 그래서 게임용 키보드 중에는 텐키리스 배열이 많습니다.
일반적인 텐키리스는 숫자패드를 제외하면 나머지 키 배열이 풀배열 키보드와 거의 같습니다. 그래서 사무용으로 사용해도 큰 불편함이 없죠. 84키 키보드는 조금 얘기가 달라요. 키 간격을 최대한 압축시켜 일부 키 크기가 다릅니다. 예를 들어 84키는 우측 쉬프트 키 크기가 작아요. 키 사이 간격도 좁은 제품이 있어, 적응하는 데 시간이 조금 필요합니다.
크기를 극한으로 줄인 ‘미니 키보드’
오로지 공간 활용도와 휴대성만 고려한 키보드가 있습니다. 바로 미니 키보드입니다. 미니 키보드는 사실상 문자 입력에 필요한 필수 영역만 남겨둔 제품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미니 키보드는 주로 65% 배열(약 68키), 60% 배열(약 61키) 제품이 많아요. 65% 배열은 일부 내비게이션 키와 방향키는 남겨놓았지만, 60% 배열은 그마저도 모두 빼버렸습니다.
미니 키보드는 제거된 키가 너무 많아서 사용성이 좋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문자를 입력할 수 있다는 점의 의의를 둬야 하는 수준이죠. 일부 휴대용으로 나온 제품을 제외하면 대중성도 떨어집니다. 주로 키보드 마니아들이 찾는 제품입니다. 이들은 주로 키보드 부품을 따로 구매해, 자신이 원하는 ‘커스텀 키보드’를 직접 만드는데요. 공간 활용도가 가장 좋고, 색다른 느낌을 주는 미니 키보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떤 배열을 써야 할까
사무용 키보드를 찾는다면 일반적인 풀배열 키보드가 제일 낫습니다. 특히 숫자를 자주 입력해야 한다면 묻고 따질 필요 없이 풀배열 키보드를 골라야 하죠. 공간 활용과 게임이 주목적이라면 텐키리스도 괜찮습니다. 일반 사용자라면 75% 배열 이하 키보드는 조금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배열에 익숙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필요하고, 사용성이 조금 부족해요.
테크플러스 윤정환 기자 (tech-pl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