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러 자금줄 끊겠다”… 우라늄 수입 금지법 서명

미국 캘리포니아의 원자력 발전소. 사진=AP 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의 원자력 발전소. 사진=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산 우라늄의 미국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에 13일(현지시간) 공식 서명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산 우라늄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H.R.1042)에 서명했다.

러시아나 러시아 기업이 생산하는 저농축 우라늄의 미국 수입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 법은 이날로부터 90일 이후부터 발효된다.

다만 러시아산 우라늄 공급이 중단되면 원자로 운행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2028년까지 법 적용을 유예받을 수 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새 법안은 원자력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다시 확립하는 것”이라며 “미래 세대를 위해 에너지 부문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법안은 작년 12월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에서 수 개월간 발목이 잡혀있었다. 그러나 법안 처리를 가로막아온 공화당 테드 크루즈 의원이 지난달 반대 의견을 철회하면서 만장일치로 상원 문턱을 넘었고,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공포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인 2022년 3월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등의 수입을 금지했지만, 우라늄은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미국 내 93개 상업용 원자로에서 사용하는 농축 우라늄의 20%가 러시아산이기 때문이다. 당시 수입 금지 조치로 원전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우라늄 수입을 위해 미국이 러시아에 지급하는 돈은 연간 10억 달러(약 1조3700억원) 내외로 추산된다. 지난해 로사톰이 무기 개발에 필요한 미사일 연료용 부품과 기술, 원자재 등을 공급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우라늄 수입은 지속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저렴한 러시아산 우라늄과 경쟁하며 미국과 유럽 기업이 경쟁력을 잃었고, 미국의 자체 우라늄 농축 능력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미·소 냉전 종식 직후 1993년 해체된 러시아 핵탄두의 고농축 우라늄을 발전용 핵연료로 수입한 것을 시작으로 러시아산 우라늄에 의존해왔다. 이에 미 의회는 핵연료 농축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7억달러의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러시아는 미국의 우라늄 수입 금지 조치에 반발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산 우라늄 수입 금지 조치는 러시아보다 미국 경제에 미치는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체 농축 능력도 충분하지 않으면서 미국 정부가 자국 경제에 해를 끼치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제재 조치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