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제주에서 막을 내린 '제11회 국제 e모빌리티엑스포'는 한국 e모빌리티 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 많은 시사점과 과제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익한 기회였다. 행사는 해를 거듭할수록 승용차 중심에서 다양한 교통수단의 전동화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아직 규모는 작지만 지난해에 이어 친환경 전기선박 엑스포를 쇼앤드쇼(Show and Show) 형태로 개최했다. 미래 주요 교통수단인 도심항공모빌리티(UAM)와 드론 분야도 눈길을 끌었다. 소재·부품 등 전후방 효과 극대화에도 초점을 맞춘 전시회였다.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해 기업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이다.
전기차 최대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 기업과 잠재적인 세계 2대 시장인 인도의 참여가 눈에 띄었다.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전기자동차협회가 참가해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아세안과 한국 기업 간 협력 방안도 논의됐다.
e모빌리티 산업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다. 글로벌 기업이 중국, 인도, 아세안을 중심으로 생산 포트폴리오를 조성하고 있어 세계 시장에서 판매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한국은 전기차 생산 업체가 제한된 데다 내수 시장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따라서 미래 성장 동력인 e모빌리티 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 아래와 같은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첫째, 다변화된 정부 부처 기능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대통령 직속의 'e모빌리티위원회' 설치가 필요하다.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해양수산부가 지혜를 모아 제조, 판매는 물론 안전과 탄소배출 등 대기오염과 교통시스템을 효율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둘째,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되는 세계경제포럼처럼 우리나라에서 e모빌리티 분야 대표 행사가 열릴 수 있도록 과감한 지원이 요구된다. e모빌리티 분야 글로벌 CEO를 비롯해 석학과 정부 지도자를 국내로 불러 매년 새로운 화두와 발전 전략을 논의하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세계 e모빌리티 산업 발전을 주도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셋째, 친환경 섬 제주를 e모빌리티 산업 메카로 육성하는 것이다. 제주는 홍콩, 싱가포르나 중국 못지않은 관광, 전시, 컨벤션 인프라를 갖춰 동북아 최고의 MICE 산업 중심지로 발전할 성장잠재력을 지녔다. 전기차 보급률도 높아 e모빌리티 산업과 시너지를 내는 데 최적인 곳이다.
아울러 우후죽순 생겨나는 e모빌리티 전시회·콘퍼런스의 옥석을 가리는 작업도 필요하다. 그들만의 행사로 전락하지 않도록 내실을 갖춘 행사 중심으로 지원해야 한다.
세계 시장에서 신규 자동차의 경우 전기자동차 판매 대수가 20%에 달하는 통계가 있으나 중국을 제외할 경우 10%대에 머물고 있다. 화물용 차량, 철도·선박의 전동화 수준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UAM의 경우도 시작 단계지만 성장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한국은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국이며 배터리 주요 생산 대국이다. 현대차·기아 등이 있는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이면서 조선 대국이기도 하다. 이 같은 기반에 정책 지원을 더 해 우리나라가 e모빌리티 산업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힘써야 할 때다.
박종천 세계EV협의회 사무총장 bell062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