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관 법률이나 운영 주체 등 바이오 클러스터 제도를 재정립해야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 클러스터간 협업 모델을 제시, 해외 기업 유치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주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생명기초사업센터장은 우리나라 바이오 클러스터 모델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마다 미국 보스턴 랩센트럴, 스위스 바젤 바이오 클러스터를 지향하지만, 투자, 운영, 관리 등 전 영역에서 혁신이 요구된다는 주장이다.
김 센터장은 “우리나라 대표 6개 바이오 클러스터만 놓고 봐도 설치 규정이나 운영 주체, 소속 부처 등이 제각각”이라며 “관련 법령에 따라 지원 체계나 방식도 다르고, 소관 부처도 달라서 정책·예산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 주요 바이오 클러스터 유형과 관련 법령은 모두 다르다. 서울 홍릉은 연구개발특구로 지정, 연구개발특구법을 적용 받는다. 경기(광교·판교)는 국가산업단지로 산업기술단지 지원에 관한 특례법을, 첨단의료복합단지인 오송과 대구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지정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적용받고 있다. 지역별 상이한 근거법과 제도는 바이오 클러스터 지원 정책과 방안 수립, 운영에 있어 통합 관리가 어렵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운영 주체도 서울 홍릉(서울바이오허브), 경기(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인천(인천테크노파크), 오송(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등 제각각이다. 클러스터간 유기적인 협업도 쉽지 않다.
김 센터장은 “관련 법령이나 운영 주체가 다르면 정책 수립에 근거가 되는 다양한 정보 수집마저 어려운데, 현재 국내 바이오 클러스터 현황 자료가 거의 없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면서 “무엇보다 클러스터간 의미 있는 협업도 어렵다는 큰 한계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바이오산업 역사가 짧은데다 자본시장도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과 비교해 열악하다. 바이오 클러스터 역시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는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클러스터간 협업이 필수다. 연구개발, 사업화, 생산 등 특화된 클러스터끼리 협업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방식이다. 최근 서울(서울바이오허브)-경기(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인천(K-바이오 랩허브) 3개 바이오 클러스터가 손잡고 수도권 벨트 구축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김 센터장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이 좁은데다 바이오산업 성숙도가 높지 않아 하나의 클러스터가 연구개발, 사업화, 제조 등 모든 역할을 맡기가 쉽지 않다”면서 “결국 클러스터의 클러스터가 필요한데, 협업을 위한 협의체나 별도 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자체별 바이오 클러스터 전략도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지역간 바이오 클러스터 경쟁을 넘어 차별화, 협업 모델 제시가 중요하다. 지역 클러스터를 엮어 외국 바이오 빅파마를 유지하는 공동 전선을 펼쳐야 한다.
김 센터장은 “기존 바이오 클러스터가 다른 지자체와 경쟁했다면 이제는 해외와 경쟁해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인접 지역 클러스터가 연합전선을 꾸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경쟁력을 키워 해외 기업 유치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