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정부 연구개발(R&D) 사업 예산은 26.5조원으로, 투자규모는 세계적 수준이나 질적 수준은 10년째 정체돼 효율성 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중심으로 질적 개선 움직임이 활발하다. R&D 효율화를 위한 예산 삭감은 업계 관계자 반발이 거셀 수 있기 때문에 먼저 R&D 성과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효율성이 높은 미국과 이스라엘 R&D 특징을 분석해 국내 R&D 사업 효율화를 위한 벤치마킹이 필요하다.
미국은 R&D 과제를 평가할 때 사업화 가능성, 기술 성숙도, 혁신성 등을 중점 평가한다. 효율적 자원 배분을 위해 연구성과, 목표 달성 등 성과지표를 정확히 평가 후 우수한 과제를 집중 지원한다. 특히 기업가정신 교육을 통해 연구자들이 창업에 참여하거나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연구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이스라엘은 과제 선정 시 아이디어 혁신성, 기업가정신, 시장 잠재력 중심으로 평가하며, 이를 통해 이스라엘 R&D 결과물을 대부분 기업에 기술이전 한다. 기술이전 이후 상용화 비율이 30%에 달하는데 이에 비해 한국은 한 자릿수 수준이다. 이스라엘혁신청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바이오, 양자컴퓨팅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 집중 지원해 해당 분야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한다.
미국과 이스라엘 공통점은 과제 선정 시 사업화 가능성에 높은 비중을 두며 사업화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을 기업가정신 교육에서 강조하고 있다. 기업가정신은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 이하 AC) 스타트업 보육과정의 핵심 요소다. 우리나라는 GDP 대비 R&D 규모는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기술사업화 수준은 하위권이다.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고, AC협회는 AC 스타트업 보육에서 기업가정신 교육을 늘 강조하고 있다.
R&D 체계를 투자연계형으로 확대 개편하는 것이 중요하다. 팁스(TIPS)는 정부 R&D 지원 프로그램 중 가장 성과가 뛰어난 사업으로 평가 받는다. 팁스는 AC를 중심으로 선발된 민간 팁스운영사가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을 선별·투자하면 정부가 R&D 등을 연계 지원하는 투자연계형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실제 AC 성과를 평가할 때 팁스 매칭 개수 등이 고려된다. 팁스를 통해 누적 스타트업 2734개를 선정했으며, 정부지원금(1.4조원) 대비 9배 이상 민간 후속투자(13.4조원) 유치 성과를 달성(2024년 2월 말 기준)했다.
R&D 사업도 팁스를 벤치마킹해 민간 투자사가 기업을 선별·투자하면 정부가 R&D를 지원하는 투자연계형 방식으로 전환해야 사업화 성공확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AC 역할은 스타트업 보육을 담당하기도 하지만 투자를 병행하기 때문에 투자한 스타트업이 사업화에 성공해야만 회수가 되는 구조다. 투자연계형 R&D 확대를 통해 기술사업화 성공률을 높이고, 정부 R&D 예산 효율화도 제고할 수 있다.
AC협회는 기업가정신 교육 확대를 위해 회원사를 재교육하고 그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특히 대학, 연구기관에 종사하는 교수, 연구원,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기업가정신 교육 확대를 협회가 주도하고자 한다. 성공창업자 DNA가 모인 AC의 기업가정신을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전파시켜 나간다면 기술사업화 성공사례는 분명 늘어날 것이다.
전화성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장·씨엔티테크 대표 glory@cnt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