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인상'·조선 '최소 동결'…후판 줄다리기 지속

포스코 포항제철소 2후판공장에서 후판 제품이 생산되는 모습. 포스코
포스코 포항제철소 2후판공장에서 후판 제품이 생산되는 모습. 포스코

올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이 예년보다 더욱 첨예하게 진행되고 있다. 수익성 확보가 절실한 철강업계는 인상을 주장하는 반면 주요 수요처인 조선업계는 수입산 저가 후판 등을 이유로 최소 동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올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매년 상반기, 하반기 두 차례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한다. 후판은 두께 6㎜의 두꺼운 철반을 일컫는데 선박 건조비용의 20% 가량을 차지한다.

과거에는 4월경이면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이 마무리했지만 최근 들어 협상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특히 올 상반기 협상에선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6월께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철강업계는 수익성 악화로 후판 가격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철강부문은 1분기 영업이익 339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는 비슷한 수준이고 전 분기와 비교하면 2.02% 감소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3.3% 줄어든 55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후판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은 톤당 117달러를 넘어섰다. 올 초와 비교하면 20% 가량 낮아졌지만 원가부담은 여전하다는 게 철강업계 입장이다. 톤당 90달러를 넘어선 유연탄 가격과 인상된 전기료 등도 부담이다.

지난해 하반기 후판가격 소폭 인하로 협상을 마무리한 상황에서 조선 3사가 1분기 흑자를 기록한 만큼 고통분담 차원에서 후판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은 1분기 각각 1602억원, 779억원, 52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후판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보니 협상이 난항을 보인다”면서 “후판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지 오래됐다. 후판 가격의 현실화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HD현대중공업

조선업계는 최소 동결을 원하고 있다. 우선 수입산 저가 후판이 유입되는 상황에서 국산 후판가격만 높일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산 후판의 경우 국산 후판에 비해 톤당 10달러 가량 저렴하다. 지난해 중국산 후판 수입 물량은 112만톤으로 크게 늘었다.

또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도 고점에서 내려왔기 때문에 인상 요인이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아직 완연한 흑자기조로 들어섰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후판 가격이 인상되면 수익성에 직격탄을 맞게 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흑자전환은 했지만 그 폭이 과거와 비교했을 때도 크지 않다”면서 “선박 원가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후판 가격이 인상될 경우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선박 발주시 사용 가능한 후판 리스트에 중국산 제품이 포함되는 경우도 있다”며 “평소와 같다면 국산을 사용하겠지만 가격이 오르면 수입산 후판을 늘릴 수도 있다”고 전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