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의대생과 교수, 전공의 등이 제기한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정부 증원 방침에 힘이 실리면서 27년 만의 의대 정원 확대는 사실상 확정됐다.
서울고법 행정7부는 16일 전공의·의대생·수험생 등 18명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에서 의대교수·전공의 등 신청은 각하, 의대생 신청은 기각했다.
법원은 의대교수, 전공의, 의과대학을 준비하는 수험생의 신청은 제1심과 마찬가지로 사건 처분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에 불과하다고 판단, 신청을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을 경우 본안을 판단하지 않고 재판 절차를 끝내는 결정이다. 의대 증원 처분 직접 상대방은 의과대학을 보유한 각 '대학의 장'이고 의대생과 교수, 전공의 등은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라는 판단을 항고심에서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의대생들의 경우 헌법, 교육기본법, 고등교육법, 고등교육법 시행령, 대학 설립·운영 규정 등에 따라 학습권을 보장하고 있으므로, 신청인 적격이 있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의대 증원을 통한 의료개혁이라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에 이어 항고심에서도 재판부가 정부 손을 들어주면서 의대 정원 확대는 사실상 확정됐다. 정부는 계획대로 의대 증원 절차를 마무리하고, 법원 결정을 기다렸던 일부 대학들은 의대 증원을 반영한 학칙 개정을 진행할 전망이다. 이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대입전형심의위원회가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승인해 각 대학에 통보하면 대학들은 이달 말 혹은 다음 달 초 '수시모집요강' 발표와 함께 정원을 확정한다.
다만 전공의들은 법원 판단과 무관하게 의료현장 복귀 거부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고, 의대교수들은 주1회 휴진에서 일주일 휴진 등 강경 대응을 예고해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재판부 결정을 환영한다면서도 의사들의 휴진 투쟁 중단을 촉구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에 깊이 감사드린다”면서 “오늘 법원 결정으로 우리 국민과 정부는 의료개혁을 가로막던 큰 산 하나를 넘었다”고 말했다. 이어 일주일 휴진을 예교한 의대 교수들에게 “사법부 결정을 존중해달라”면서 “환자 생명을 볼모로 집단행동하는 관행은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