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온고지신]핵심광물 메이드인 코리아 머지않았다

허철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광물자원연구본부장
허철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광물자원연구본부장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는 가끔 보이던 전기차를 호기심 있게 쳐다봤는데 이제는 곳곳에서 보이는 게 일상이 됐다.

전기차 종류도 2018년 50여개였던 것이 2022년에는 중국,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 7개국을 중심으로 150개 이상으로 많아지고 다양해지면서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대형 전기차가 소형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여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기차 성능을 판가름하는 기준은 바로 배터리에 있다. 전기차의 가장 중요한 부품인 배터리 기술력으로 따지면 우리나라는 세계 수준이다. 우리는 니켈·망간·코발트(NMC) 분야가 주력인데,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 화학조성에서는 인산철배터리(LFP) 점유율이 최고치에 달하고 있다.

2016~2022년 글로벌 100개 광업회사 주요 재무지표를 보면 핵심광물 광업회사 수익금, 시가총액 및 수익률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리튬은 전통적인 광업회사 지표를 넘어서고 있다. 또 2015~2022년 배터리 기술 개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 현황을 보면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개발이 벤처캐피털의 60%를 차지한다.

2011~2022년 배터리 킬로와트시(㎾h) 당 생산비용이 현격하게 감소했는데 이는 기술 발전과 규모의 경제 효과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전체로 보면 핵심광물 원료비용은 계속 증가하며, 전기차 판매와 대형모델 증가에 따른 배터리 크기가 커지면서 그 수요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

전체 핵심광물 공급망을 주도하는 쌍두마차인 리튬과 니켈, 번외인 희토류를 제외하면 콩고가 독점하는 코발트는 앞으로 하이니켈 및 리튬인산철 배터리 개발 속도에 따라 공급에 변화가 올 수 있다. 또 배터리 음극재로 수요가 증가하는 흑연은 기술개발 속도에 따라 리튬금속과 규소로 대체될 수 있다.

2023~2030년 리튬, 니켈, 코발트 관련 제련 프로젝트 분포를 보면 리튬은 중국이 49%, 니켈은 인도네시아가 88%, 코발트는 중국이 36%, 캐나다가 33%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정에너지를 위한 배터리 핵심광물 수요는 2030년까지 3.5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리튬인산철 배터리 점유율이 높아지고 하이니켈 배터리로의 전환이 빨라진다면 코발트 수요는 지속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2030 핵심광물 신공급망 구축' 슬로건을 걸고 지난 2년 동안 핵심광물자원 국내외 탐사·활용 핵심기술 확보와 글로벌 핵심광물 국제협력을 추진해왔다.

국내에서는 부존가능성이 있는 광상을 대상으로 과거 한계품위가 낮아 개발이 어려웠던 리튬, 니켈 등을 선광제련기술과 접목해 자원량을 재평가하고 활용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국외에서는 대표적으로 카자흐스탄 정부와 핵심광물 공동연구 협력이 활발하다. 지난해 6월 현지공동조사를 수행했고 지난 3월 '핵심광물 국제포럼'에서 결과를 발표하고 함께 논의해 국내와 카자흐스탄 현지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자원빈국인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국내 핵심광물을 개발하고, 국외 자원부국과의 기술협력을 강화해 핵심광물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뿐이다.

국내에서는 우수 기술력으로 최소한의 국내 핵심광물을 개발하고 확보하는 한편, 국외에서 기술이 부족한 자원부국들과의 기술 현지화 전략을 통한 기술협력 공유체를 주도한다면, 핵심광물 메이드인 코리아는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허철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광물자원연구본부장 chheo@kigam.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