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정보시스템이 주사업자로 2년여 동안 개발해 농협경제지주에 공급한 '경제사업 차세대 시스템'에 연속된 전산 장애가 발생했다. 지역농협을 비롯한 일선 임직원들이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4월 신규 도입된 농협 차세대 시스템 내 소비유통시스템에서 물류시스템과 호환성 문제, 마감 장애 등 전산망 장애가 일주일 가까이 지속됐다. 지역농협 현장에서는 마감업무 장애로 인해 장기간 시재정산 업무가 마비돼 큰 손실을 봤다. 고객이 찾아와도 물건을 팔 수 없고, 상품을 매입한 대금을 지급할 수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후에도 각 지역 공판장 등지에서 입력 시스템 오류, 접속 장애, 대금 출납 장애 등 새로운 문제가 지속 드러나고 있어 부실 개발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농협정보시스템과 프로젝트 참여 기업들 간 100억원 상당 대금 지급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었고, 프로젝트 지연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에 따르면 소비유통시스템 오류는 구 시스템 데이터를 신 시스템으로 이관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일부 불필요한 마감데이터가 추가 적재되면서 마감 집계 시 오류를 발생시킨 것이다. 이를 정상화하고자 전 사업장 전수조사 실시, 오류데이터 삭제 및 거래데이터 정합성 검증작업을 거치느라 적잖은 시간이 소요됐다.
문제가 장기화되자 박서홍 농업경제지주 농업경제 대표는 이달 “소비유통시스템 본적용 이후 크고 작은 전산장애와 오류로 인해 불편함을 겪고 계신 농협 임직원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안정적 시스템 운영 환경 구축을 위해 관련 IT 인프라를 더욱 확충하고 빠른 시일 내 불편을 해소하겠다”며 사과문을 내부망에 게시하기도 했다.
차세대 경제유통 시스템 구축사업은 지난 2008년부터 사용하던 농협 경제통합시스템을 전면 재구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농협에 최적화된 시스템, 사용자 업무편의성 제고에 초점을 두고 설계됐다. 구체적으로는 △업무프로세스 혁신을 통한 경제사업 디지털전환 △데이터분석기반 구축을 통한 신속한 업무처리 지원 △본부 중심 체인본부 시스템 구축을 표방했다.
농협 계열 IT 전문회사인 농협정보시스템을 주사업자로 지난 2022년 4월 21일 킥오프했다. 롯데정보통신 포함 14개 기업이 프로젝트 참여했으며, 약 800억원 규모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소비유통시스템 문제는 현재로서는 해결된 것으로 안다”며 “시스템 안정화 과정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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