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예상되는 '채상병 특검법'을 두고 여야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21대 국회 막판까지도 거부권·재표결 정쟁이 반복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당장 이번주부터 시작되는 22대 국회 원 구성 협상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정부로 이송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21일 국무회의에서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시한은 22일이지만, 전날 국무회의에서 행사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윤 대통령 취임 후 10번째 거부권 행사다.
야당은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채 해병 순직 특검법을 수용해서 변화의 의지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며 “해병대원 특검법을 즉각 공포하고, 이를 출발점으로 국정 기조를 전면 전환해야 한다. 민심을 거역한 권력 남용은 준엄한 심판을 받는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 7당(민주·정의·기본소득·진보·조국혁신·개혁·새로운미래)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 집결해 윤석열 대통령의 '채상병 특검법' 수용을 압박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정권 몰락의 시간을 앞당기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대규모 장외 연대투쟁과 국회 재의결로 윤 대통령의 거부권을 거부하는 방안 등도 모색하고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거부권 오남용은 행정 독재국가가 등장한 징표”라며 “거부권은 폭탄주를 퍼마시듯 마음대로 사용하는 권한이 아니다. 절차와 실체에 아주 심각한 문제가 있을 때 한해 행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 상정하고 심의 의결해 공포하라”라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위한 법이 아니다”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재차 밝혔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특검은 수사기관이 수사하고 난 다음 공정성과 객관성이 의심되는 특별 사안에 대해 보충적, 예외적으로 도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번 특검법은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었다며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법안 재의결 과정에서 이탈표 최소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탈표가 20표이상 나온다면 회기 내 처리가 가능해진다. 앞서 공개적으로 채상병 특검 찬성 의견을 밝힌 김웅, 안철수, 이상민 의원 등과도 설득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거부권 행사로 정국이 냉각되면 각종 민생법안 등은 일체 처리되지 못하고 21대 국회가 종료될 가능성이 커진다. 또 라인 사태를 위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소집도 삐걱될 수 있다.
이번주부터 협상이 시작되는 22대 국회를 위한 원 구성 논의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에서는 원내 제2당이 법제사법위원장을 맡아온 관행 등을 깨고 국회의장에 이어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까지 모두 가져가겠다는 입장이다. 거부권이 행사되면 이같은 분위기는 더 고조될 수 밖에 없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