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외 혈액에서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물질만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실제 환자와 유사한 실험조건에서 뛰어난 치료 효과를 나타내 패혈증 치료에 기여할 전망이다.
UNIST(총장 이용훈)는 강주헌·주진명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팀과 이재혁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팀이 공동으로 '적혈구-초상자성 나노입자 기반 체외 혈액정화 기술'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기술은 초상자성 나노입자를 활용해 혈액은 물론 주요 장기에 있는 다양한 병원균과 염증성 물질을 사전진단 없이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공동 연구팀은 돼지 모델을 이용한 전임상실험에서 혈액 속 병원균을 6L/h의 빠른 유속에서 제거해 치료 효과와 유효성을 검증했다. 혈액에서 패혈증 원인 물질의 수치를 낮추는 것을 넘어 심혈관과 혈액학적 주요 임상지표가 개선되고 주요 장기의 기능이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패혈증은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의 감염에 따른 전신성 이상 염증 반응이다. 주요 장기에 기능부전을 일으키며 높은 치사율을 동반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뚜렷한 패혈증 치료법은 나오지 않았다.
강주헌 교수팀은 2022년 선행연구에서 이번 기술과 유사 기술을 개발했다. 니켈, 철 같은 자성 나노입자를 적혈구의 세포막으로 기능화하고 체외로 순환하는 환자의 혈액과 반응시켜 자성 나노입자가 병원체를 포획하게 만든 후 외부 자기장(자석)으로 염증 물질을 제거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이 기술은 실제 임상에서 자기장에 의해 끌려오는 힘인 자화율이 낮아 필요한 용량의 체외 혈액을 정화하기 어려웠다.
공동 연구팀은 성인 환자의 전혈을 1시간 안에 정화하는 데 필요한 자성나노입자의 크기, 분포 등을 계산해 최적값을 도출한 후 기존보다 뛰어난 자화율과 입자 균일도를 높인 초상자성 나노입자를 합성했다. 이어 초상자성 나노입자에 적혈구 세포막을 입혀 기능성 초상자성 나노입자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강주헌 교수는 “실제 의료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의료기기 인증 획득을 추진하고 있다”며 “사전진단 없이 다양한 병원체를 제거할 수 있어 신·변종 감염병 유행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감염병 치료 기술로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삼성전자미래기술육성센터, UNIST,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실지원사업,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보건산업진흥원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 포스코청암재단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 결과는 '스몰 메소드' 5월 17일자에 실렸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