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포럼] 도심항공교통의 핵심축 버티포트

정민철 한국공항공사 IAM 사업단장
정민철 한국공항공사 IAM 사업단장

인간은 약점을 극복하고 외부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집단생활을 영위해오고 있다. 동굴의 집단생활에서부터 현재 1000만명 이상이 모여 사는 메가시티로 발전하기까지 도시화는 지속되고 있으며 모여 사는 인간의 본성은 미래에도 크게 바뀌지 않으리라 전망된다.

도시화는 수요에 맞는 교통인프라 확충을 요구하지만 전 세계 도시들은 이미 고밀도로 개발돼 지상 교통망이 부족할 뿐 아니라 확충도 어려운 현실에 직면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하늘길을 이용하자는 아이디어인 도시의 헬기 운항 서비스는 소음과 안전 문제로 실현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전기분산 동력 기술, 인공지능(AI) 제어, 배터리, 강력한 통신, 탄소 소재 등 진보된 기술이 적용된 전기수직착륙(eVTOL) 항공기가 개발 완료 단계로 곧 현실화될 전망이다.

만화나 공상영화의 단골 소재처럼 도시 하늘에 수많은 eVTOL 항공기가 날아다니고 국민이 모두 택시를 타는 것처럼 손쉽게 이용하기까지 많은 장애 요인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eVTOL 항공기 1대가 뜨고 내리는데 최소 가로 40m 세로 40m 공간확보가 필요한 버티포트(UAM 이착륙장)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전 세계 도시 대부분은 고층빌딩 등으로 하늘길을 만들기가 어렵고 많은 인구가 새로운 소음에 노출될 수 있다. 대규모 전력을 신규로 공급해야 하는 문제, 건설비, 그리고 건축·환경·안전 등에 관한 법규나 규제가 준비돼야 한다는 점에서 버티포트 건설은 어려운 문제로 평가받고 있다.

그렇다고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기술 및 규제가 완성되고 대중 수용성을 확보할 때까지 버티포트 건설을 늦춘다면 전후방 연관산업 파급력이 큰 UAM이라는 미래 혁신산업에서 뒤처지는 잘못을 범할 수 있다.

우리가 준비해야 할 UAM 버티포트는 복합개발사업, 복합 환승센터, 대형마트, 컨벤션, 공공주차장 등 신규 시설의 계획단계부터 함께 준비돼야 한다. 또 격오지, 매력적인 관광지, 응급, 구조 등 전략적 유발수요 창출이 가능한 지역에는 공공주도로 신속하게 버티포트를 건설해 나가야 한다.

그동안 항공산업은 해외 건설·해운·관광 등 진흥 중심의 산업육성 정책에 비해 항공 안전과 사업관리 등 규제 중심으로 운영됐다.

UAM이라는 신항공산업을 미래세대의 일자리와 먹거리를 책임지는 혁신성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진흥 중심의 정책을 기반으로 신속하게 버티포트를 건설하고 세계 최선두로 UAM 상용서비스를 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민간의 장점인 신속한 의사결정, 기술, 자본에 항공 안전, 공항, 항행 인프라 등의 공공 인프라와 노하우를 화학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민간이 단독으로 투자하기 어려운 버티포트라는 대규모 자본 인프라 구축의 리스크와 성과를 민간과 공공이 함께 공유하는 초협력적 사업모델이 필요하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시장과 아프리카, 남미 등 도로, 철도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에서 UAM은 저비용 고효율, 친환경의 매력적인 교통수단이 될 수 있다. K-UAM 시범사업의 성공을 기회로 성공적인 비즈니스 케이스와 사업모델을 만들어 낸다면 해외공항, 철도·도로 인프라, 스마트시티 조성 등 연관산업에서 K건설의 경쟁력을 높이는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비록 eVTOL 항공기 개발은 선진국보다 조금 늦었다고 평가받고 있지만 세계 최선두권의 UAM 상용서비스 시작을 위한 UAM 버티포트 건설에 민간-공공의 초협력을 바탕으로 한 방향으로 힘을 모아 나가야 할 때다.

정민철 한국공항공사 IAM 사업단장 koko93@airpo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