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기술이 일반인에게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2019년 구글이 양자컴퓨터가 고전컴퓨터에 비해 특정 문제를 매우 빠르게 풀 수 있다는 '양자우월성' 논문을 발표한 이후일 것이다.
양자컴퓨터, 센싱, 통신 등 양자기술 중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관심과 투자가 이뤄지는 분야는 양자컴퓨팅이다.
양자컴퓨터는 양자화, 양자중첩 및 양자얽힘 등 양자역학적 현상을 이용해 계산하는 컴퓨터를 말한다. 이는 큐비트(양자비트)라는 '0'과 '1'의 중첩상태와 이웃한 큐비트간 얽힘을 사용해 연산할 때 병렬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큐비트의 수가 늘어날 때 연산속도가 기하급수로 빨라지게 된다.
양자컴퓨터는 디지털 컴퓨터보다 월등하게 빠른 연산이 가능해 미래 산업·안보 생태계 판도를 바꿀 전망이다. 대규모 양자컴퓨터는 과학 난제를 해결해 혁신적인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고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기술 등에 응용돼 실생활을 편리하게 해줄 수 있다. 특히 신약·에너지 개발 등 다양한 첨단산업에서의 혁신을 촉발해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양자기술 연구개발(R&D) 역사, 인력, 인프라 및 투자규모 등 전반적으로 선도국에 비해 열세다. 그래서 정부는 국내 양자컴퓨팅 기술을 짧은 시기 내에 선진국 수준으로 진입시키기 위해 작년에 양자 과학기술 및 양자산업 육성을 위한 법률을 제정했고, 양자과학기술 대도약을 위한 '퀀텀 전략(이니셔티브)'을 올해 4월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양자과학기술분야 투자 확대, 핵심인력 양성 및 글로벌 협력 강화 등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2022년 6월부터 초전도 기반 양자컴퓨팅 연구 인프라 구축 사업을 시작해 지난 1월에는 20큐비트급 초전도양자컴퓨터 시연에 성공했고, 2026년까지 50큐비트급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표준연은 35년 전부터 정밀측정 및 국가표준에 활용하기 위해 양자연구를 해왔고, 이를 바탕으로 양자컴퓨팅의 핵심기술 중 하나인 양자상태 측정 및 제어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초전도양자컴퓨터 개발을 위해 성균관대, 울산과학기술원(UNIST),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등과 협력하고 있다.
양자산업 생태계 측면에서 초전도양자컴퓨터를 예로 들면 핵심 부품인 큐비트 소자는 국내 개발 중이지만 극저온냉동기, 고주파 회로장비, 고주파 소자 및 부품, 초전도 케이블 등 양자 소·부·장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수입에 따른 무역통제, 도입시간, 경제적 부담 외에 한국형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외국 기성품을 사용하므로 장치 구성과 성능 최적화가 어렵다. 양자기술을 꽃피우려면 개발단계부터 양자 산업생태계 조성 그림을 함께 그려야 한다.
양자 산업화는 아직 초기 단계이므로 기회가 많다. 양자 소·부·장 기업은 양자기술 국내외 산업체와 긴밀히 협력해 기술 개발을 추진해야 하며, 양자산업 공급망에 적극 참여해 글로벌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양자 소·부·장 테스트베드 구축 및 표준화 등 양자기술 분야 산업체 지원 프로그램 기획 등 산·학·연·관의 체계적 협력도 필요하다.
국방은 물론, 금융, 교통, 보안 등 전 산업 분야에서 양자기술이 활용돼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이용호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연구단장 yhlee@kriss.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