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분야 마이데이터 적용시 '거절 가능 예외조항' 담아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마이데이터 사업을 유통 분야로 확대하는 것을 추진 중인 가운데, 우리 기업 핵심 영업기밀 정보의 해외 유출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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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업계에 따르면 개보위의 마이데이터 사업 유통 분야 확대 추진에 맞춰 영업비밀 등 기밀정보는 정보 전송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이 마련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개보위는 내년부터 유통과 통신, 보건의료 분야까지 마이데이터를 확대, 제3자 정보 전송이 가능하도록 추진한다는 계획으로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마이데이터는 개보위의 핵심사업으로, 정보주체의 동의를 얻어 개인정보를 관련 사업자에게 제공해 활용하는 사업이다.

유통기업이 보유한 고객 주문정보 및 결제정보는 구매패턴과 규모, 빈도 등을 고려해 부여된 사업자의 각종 혜택이 적용·결정되는 종합정보다. 업계는 여기에 각 사업자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정보가 포함된다고 밝힌다.

문제는 국내 기업들이 막대한 노하우와 비용을 투입해 구축한 데이터를 중국 등 해외 기업에 헐값에 공유하는 것은 국내 유통 산업 경쟁력에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마이데이터 도입으로 기업이 노하우와 비용을 투입해 구축한 데이터를 타사에 헐값에 공유하라고 하면, 앞으로 스스로 유효한 데이터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이와 함께 지난 2022년 선도적으로 도입했지만 2년도 안돼 머니한잔(마이데이터)을 종료하는 11번가 사례를 비춰 마이데이터 사업이 유통업체에 효용성이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고 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위해 인프라 구축과 보안 등에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부담이 생기지만, 얻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전날 국회 '마이데이터 정책의 이슈와 개선과제 토론회'에서도 중국 e커머스(C커머스) 등 해외 사업자들에게 국민들의 개인정보가 제공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사업자가 구축한 데이터의 영업비밀 침해 우려로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정원준 한국법제연구원 박사는 데이터 선택에 있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박사는 “주문정보, 결제정보는 구매 패턴, 빈도 등을 포함한 개인화 분석이 가능한 데이터로서 영업비밀과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있다”라며 “민감한 개인정보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정보마저 전송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어떤 정보를 전송 대상에서 제외할 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주민석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도 본인 신용정보관리업이 통합, 제공할 수 있는 신용정보의 범주에 주문내역 정보를 포함하는 것은 정보주체의 내밀한 사적 영역이 원치 않게 노출될 위험이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신용정보법 시행령 개정 권고내용'을 소개하면서 주문내역 정보를 포함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