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인구소멸과 인재 유출 등 어려움 속에서 서울대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사회의 문제에서 서울대가 공헌할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 그런 고민 속에서 지역연대 사업단이 탄생했다.”
서울대가 올해 2월 '대학연대 지역인재양성 사업단'을 총장 직속 기구로 신설했다. 사업단은 약 1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탄생했다. 올해부터 2026년까지 3년에 걸쳐 진행되는 사업은 서울대가 가진 인적·물적 인프라를 지역 거점국립대와 공유해 지역 학생의 교육·취업·창업을 지원한다. 유홍림 총장 취임 이후 수요조사를 거쳐 기획부총장이 연구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임철일 대학연대 지역인재양성 사업단장(교육학과)은 연구사업을 진행하며 사업단에 합류했다.
임 단장은 “지역 대학에서 이론 교육을 받은 학생이 서울대에서 실습을 하고 다시 원래 대학으로 돌아가 이론 교육을 받는다”며 “대학 간 연대를 통해 대학 경계를 벗어나 실질적인 연습 기회를 준다는 것이 기존 공유 모델들과의 차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협업 분야는 △핵융합플라즈마 실습 △초음속 풍동 실습 △지능형 자율비행체 운영 실습 △농업용 인공지능 로봇운영 실습 △미래 모빌리티 자율주행 운영 실습 등으로 총 12개 교과·비교과 프로그램이다. 경상국립대, 부산대, 울산과기원, 에너지공대 등이 참여한다.
임 단장은 “지역 대학에 관련 학문은 있지만 장비가 없다보니 실험·실습의 기회가 없다”며 “장비 운용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이번 사업을 통해 서울대는 운용·관리 지원을 받고, 지역 학생은 실험과 실습할 기회를 가지면서 상부상조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 단장은 “지역 소멸, 인재 유출이라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서울대만이 가지고 있는 것, 서울대만이 할 수 있는 것을 고려했다”며 “핵융합플라즈마 장비와 극초음속 풍동 실습 장비는 국내 대학에서 유일하게 서울대만이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첫 번째 목표는 양질의 교육프로그램 운영이다.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참여 인원, 참여자의 만족도, 역량의 향상도를 측정하게 된다. 창업과 취업은 사업단 교육적 성과를 진단하기 위한 정량적 성과다. 임 단장은 “이들이 졸업 후 어떤 회사에 취업하고, 교육을 토대로 관련 산업에서 창업을 하는지도 결과적으로 보게 될 것”이라며 “취업 역시 병목이 생기는 부분을 서울대가 함께 해소할 수 있도록 협업하고, 취업과 연결될 수 있는 소구점을 찾아보려 한다”고 전했다.
다만 3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느냐는 사업단의 고민 중 하나다. 임 단장은 “지금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취업과 창업에 나설 시점은 빨라도 3~4년 뒤가 될 것”이라며 “지금은 사업단이 학생의 취업과 창업 부분에 있어 노력한 부분과 반응 등을 추적하면서 2단계 사업으로 가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려 한다”고 말했다.
임 단장은 “서울대 모델이 성공적 사례가 된다면 서울·수도권 지역의 유수 사립대의 확산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핵심 아이디어는 수도권 대학과 지역 대학 간 연대를 통한 학생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다. 그는 “학생이 연대 대학의 자원을 활용해 역량을 획득하고 지역의 혁신 기업에서 정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사업의 목표”라고 귀띔했다.
공개하지 않았던 또 다른 사업단의 계획은 해외 이공계 인재의 전초기지가 되는 것이다. 임 단장은 “이공계 인재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 속에서 사업단이 이공계 해외 인재 유치에 출발점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며 “해외에서 졸업한 우수 이공계 인재를 선발해 한국에서 공부하면서 역량을 키고, 지역 일꾼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청사진도 계획한다”고 밝혔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