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몸보다 큰 새 옷과 새 신발 때문에 불편했던 기억이 있다. 그 시절에는 썩 가난하지 않은 집안에서도 '오래 입힐 요량으로' 아이에게 한 두 치수 큰 옷이나 신을 사주는 경우가 많았다. 운동회 때는 신이 벗겨져 꼴찌를 하거나 신을 벗고 달리는 경우도 허다했다. 불편함에 익숙해질 무렵이면 해져서 못 입게 되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당시에는 당연시됐다. 유행에 휩쓸려 조직에 맞지 않는 정보기술(IT) 도구를 구매하려는 고객을 만나면, 몸보다 한참 큰 옷과 신을 입고 신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곤 한다.
IT는 시공간의 제약과 지식·경험의 격차를 해소해 조직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도구다. 하지만 제아무리 훌륭한 도구라도 조직에 맞지 않거나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다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도입부터 활용까지 아우르는 정보기술 적용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필자는 정보기술 시스템을 도입하는 고객사에 '스파크(SPARK) 전략*'을 제안하고 있다. '가능성을 찾아서(See it), 목적에 맞게(Purpose it), 맞는 도구로(Accurate it), 반복적으로(Repeat it), 바르게 사용하자(Keep the Faith)'는 내용이다. (*미국 완구업체 빌드어베어워크숍 CEO 샤론 프라이스 존의 비즈니스 전환 전략 'S.P.A.R.K'에서 영감을 얻었음을 밝힌다.)
가능성을 찾는다(See it). IT를 도입하는 이유는 '발견된 문제를 해결'하거나 '미래 성장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도입 배경에 따라 우선순위가 달라진다는 얘기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면 적용성과 신속성을 최우선으로 검토해야 하고, 성장기반 마련을 위해서라면 신기술과 선진기업의 동향을 끊임없이 파악해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목적을 명심한다(Purpose it). IT 도입의 목적은 생산성 향상이다. 첨단기술이나 신기술이라는 수사에 매혹된 과시용이나 업적 쌓기용 도입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도입하는 입장에서는 시스템의 성능보다 조직의 생산성과 효과성을 우선해야 하고, 공급자는 성능보다 활용을 통한 성공 사례로 설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맞는 도구를 사용한다(Accurate it). IT 도입에는 큰 예산이 투입된다. 따라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투자효율성이다. 이름값에 끌려 '과도한' 도구를 선택해서도, 비용을 핑계로 '미흡한' 도구를 선택해서도 안 된다. 대규모 농장에는 트랙터가, 텃밭에는 삽과 호미가 알맞다.
반복 활용한다(Repeat it). 적극 활용해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구성원 활용을 독려하고, 활용을 방해하는 요소는 찾아 제거해야 한다. 간혹 사용자(라이선스) 수를 줄여 비용을 절감한다는 얘기를 듣는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도입했으나 활용되지 않는 시스템은 죄악이다.
바르게 사용한다(Keep the Faith). 불법 사용이나 오남용에 대한 대안이 반드시 필요하다. USB나 스마트폰 하나면 모든 정보를 순식간에 절취할 수 있는 세상이다. 애써 도입한 시스템이 부정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안전 매뉴얼을 마련하고 지켜야 한다.
몸에 잘 맞는 옷처럼 조직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도구를 도입해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IT 적용 전략의 핵심이다. 맞지 않는 솔루션을 선택해놓고 잘못된 결과의 책임은 회피하는 것은 곤란하다. 잘못될 것이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역시 안될 일이다. 스파크 전략이 불씨가 돼 정보기술 도입·활용의 성공 경험들이 들불처럼 번져가길 기대해본다.
차동원 HNIX 대표 dongwonch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