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에너지밀도와 뛰어난 안전성으로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생산공정의 난제를 풀 온간정수압장비(WIP)가 주목받고 있다. 향후 전고체 배터리 대량 양산 시대에 대비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향후 과제로 꼽힌다.
박종범 일신오토클레이브 연구소장은 23일 '배터리데이 2024'에서 “일신오토클레이브가 개발한 WIP는 전고체 배터리 압축공정에서 정수압을 작용하는 장비”라면서 “밀폐된 반응기 내부에서 배터리 모든 부분에 같은 크기로 압력을 전달해 입자를 고밀도화 할 수 있는 가공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기존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한 배터리를 말한다. 발화나 폭발 위험이 없어 안전성이 우수하고 에너지밀도가 높아 전기차 주행거리 증가를 가능하게 하는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하지만 전극과 전해질이 모두 고체 상태로 저항이 높아 이온전도도가 떨어지는 것이 한계로 꼽힌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계면저항을 줄이고 이온전도도를 향상시키는 초고압 압착공정이 필수적이다.
이 공정에 필요한 장비가 WIP다. 밀폐된 압력용기 안에 물이나 기름을 채워넣고 압력을 가하면 동일한 방향으로 같은 힘이 전달되는 원리를 이용한 장비다. 이때 작용하는 압력은 마리아나해구의 6배 수준인 600MPa에 이른다. 이 공정을 거치면 배터리 외형 변화없이 전극 입자 사이 공극이 줄어 고밀도 배터리 제조가 가능하다.
박 연구소장은 “배터리 주요 소재인 양극, 전해질, 음극은 각각 구성 성분이 달라 압축률이 다르기 때문에 한 번에 압축하면 전극에 균열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최적 가압 조건을 탐색 중”이라면서 “600MPa 압력을 견디는 용기 기술, 초고압 펌프 기술, 초고압 유체를 제어하기 위한 밸브 기술 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WIP 공정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WIP 공정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각 셀에 대한 밀봉과정이 필요하고 연속공정이 어려워 차후 대량수요에 대한 생산성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 연구소장은 “정수압 프레스는 롤 프레스 방식과 비교해 모든 방향에서 똑같은 압력을 가할 수 있지만 연속 공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면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대면적 장비를 개발하는 동시에 셀 밀봉 과정을 생략할 수 있도록 특수몰드를 만들거나 유체로 액체가 아닌 기체를 활용하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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