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이 핀란드에 진출할 경우 의료 데이터 접근성을 확보할 뿐 아니라 신약 등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최고 지식을 갖출 것이라 확신합니다. 양국 기업간 파일럿 프로젝트 등 여러 협업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파이비 실라누키 핀란드 보건복지부 특사는 22일(현지시간) 헬싱키에서 열린 '레디컬 헬스 페스티벌' 행사장에서 전자신문과 만나 한국 기업의 핀란드 진출을 적극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우수한 의료IT 기술과 핀란드의 의료 데이터 활용 인프라가 합쳐진다면 의미 있는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실라누키 특사는 “핀란드의 모든 산업 생태계는 글로벌 기업과 연구기관에 열려 있다”라며 “우리에게 온다면 다양한 의료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고, 가장 먼저 솔루션을 개발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라누키 특사는 핀란드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하며 국가 건강정보 시스템 '칸타(Kanta)' 구축과 의료 데이터 2차 활용 기반을 닦은 인물이다. 핀란드가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데이터 활용 선진국 반열에 오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는 보건복지부 특사 자격으로 보건의료 분야 디지털 전환(DX) 정책을 제안하고, 세계 각국을 다니며 협업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한국의 우수한 의료IT 역량을 높이 평가하며 핀란드와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실라누키 특사는 “한국의 디지털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핀란드 기업, 연구기관 등과 이곳의 데이터를 활용해 신약 개발 등 공동 파일럿 프로젝트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핀란드 정부도 법률과 규정을 최신으로 업데이트하는 등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핀란드 정부는 2007년 환자 진료기록, 처방전, 검사 결과 등 정보가 총집합된 '칸타'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어 2019년에는 이 데이터를 연구,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법률까지 시행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데이터를 개방하면서 화이자, 머크,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빅파마가 앞다퉈 핀란드에 연구소를 설립하며 몰려들었다.
우리나라도 각종 규제 개선을 통해 비식별화된 개인 의료정보를 연구 목적으로 활용하게끔 문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발과 의료기관 내부통제 시스템 등으로 제자리걸음이다.
실라누키 특사는 핀란드가 의료 데이터 활용 선진국이 된 것은 '신뢰'가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역시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국민에게 '자신의 정보가 안전하며, 신약 개발 등 좋은 연구에만 쓰고 있다'는 신뢰를 줘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우리도 칸타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개인정보보호 요구 사항과 사이버 보안 체계 구축 등 규제를 적용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데이터가 2차 용도(연구·상업적)로 사용될 때 안전한 방식으로 사용·저장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정부는 이 같은 사실을 환자들에게 알렸고, 이제는 신뢰가 쌓였기에 적극적인 2차 활용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 신뢰가 구축됐다면 그 후에는 양질의 데이터가 수집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신약이나 진단기술 등 다양한 솔루션 개발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는 집단에 대한 이해가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코호트 기반 데이터를 생성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헬싱키(핀란드)=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