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상정이 유력해졌다. 야당 주도로 통과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채상병 특검법에 이어 또다시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초비상 상황'에 처했다. 여야 대치전이 길어지면서 민생법안·원구성 협상 등은 일제히 뒷전으로 밀렸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는 28일 열릴 예정인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채상병 특검법 재의결과 함께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처리를 시도한다.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선 구제, 후 구상권' 청구가 핵심이다. 이달 초 야당 주도로 본회의에 부의됐으며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의결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와 국민의힘은 재원 마련, 형평성 문제 등을 제기하며 반대하고 있다.
전날 김진표 국회의장도 관련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을 시사했다. 김 의장은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과 함께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본회의 표결을 통해 최종 마무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채상병 특검법의 거부권 행사로 이미 정국 모든 현안을 집어삼킨 상황에서 거부권을 또 행사할 경우 22개 국회 개원과 맞물려 정치권은 크게 요동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민주당은 이날 여야 합의 불발로 좌초된 연금개혁도 정부·여당 안으로 받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타결할 수도 있다”며 “전향적으로 여당이 협력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여당은 28일 본회의 강행에 명분을 쌓으려는 정략이라고 즉각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본회의 강행에 맞서 오는 28일 비상의원총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을 향해 “국회 제 1당으루 정국 경색이 반복되는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하는 책임이 있음에도, 오히려 그 고리를 더 공고히 하며 정치적 이득한 취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호준석 국민의힘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무리하게 날치기 처리하려는 의도가 혹여나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유도하려는 것은 아닌지, 이를 빌미로 정치 공격을 하겠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크다”고 반발했다.
한편 민주당 22대 국회의원 당선인들은 이날 워크숍을 마무리하면서 22대 국회 제1 과제로 '윤석열정부 폭주 저지'를 꼽았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비롯한 개혁법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결의문도 채택했다. 또 국민의힘과의 원 구성 협상과 관련해서도 밀고당기기식의 협상 대신 의석을 앞세운 강행전략으로 임한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