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사천시가 우주항공청 개청과 더불어 대한민국 우주항공 수도로 급부상한다.
사천시는 인구 11만명을 조금 넘는 경남 서부권 중소도시다. 인근 진주시 인구가 약 34만명으로 두 도시를 합쳐도 인구가 50만명이 채 안 된다.
그럼에도 사천시에는 우리나라의 유일한 항공기 제작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항공정비 전문업체 한국항공서비스(KAEMS)를 비롯해 공군 제3훈련비행단이 있어 항공산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이다. 여기에 경남은 창원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크고 작은 항공산업 관련 업체가 밀집해 있어 항공산업 생산액, 기업 수, 종사자 수 모두 1위다.
이러한 이유 외에도 사천시가 우주항공청 입지로 낙점된 배경에는 세계적인 우주항공 도시 중 하나인 프랑스 툴루즈와 입지가 비슷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프랑스 국립우주연구센터(CNES) 산하 우주센터가 있는 툴루즈는 유럽 최대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 본사와 공장, 연구센터가 있어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우주항공산업 중심도시다. 수도 파리에서 600㎞ 이상 떨어진 지역이지만 당시 프랑스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일환으로 툴루즈에 CNES 우주센터가 자리를 잡게 됐다.
여기에 프랑스 국립고등항공우주학교(ISAE), 국립항공대학(ENAC), 툴루즈대학교 등 우주항공 분야를 대표하는 대학이 밀집해 있어 자연스럽게 연구개발(R&D)과 인력양성에 주목한 관련 기업들이 모여드는 등 산·학·연 생태계가 형성됐다. 그 결과 툴루즈는 현재 도시 인구 50만명, 주변 광역권 인구를 포함하면 100만명을 넘어서는 프랑스 4위권 대도시로 성장했다.
경남도도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사천시 일대를 산업, 연구, 국제교류, 교육, 관광 등 복합 기능이 갖춰진 자족도시로 조성하기 위한 구상과 장단기 로드맵을 수립했다.
우주항공산업 기능을 중심으로 행정복합타운, 산업지구, 주거지구, 상업 및 관광이 한데 모여 시너지를 유발하는 우주항공복합도시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경남도는 22대 국회와 협력해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 특별법'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안정적인 인재 유치다. 경남도와 사천시도 우주항공청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정주 여건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획기적인 수준의 정주 여건 개선 지원계획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주거안정 대책으로 임대주택 180여가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사천시는 임대아파트 50가구와 주택자금 이자비용을 최대 90%까지 지원한다. 경남도는 우주항공청 직원 4인 가족이 동반해 경남으로 이주할 경우 이주정착금, 미취학 자녀 양육지원금, 초중고 자녀 장학금 등 최대 3000만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마련했다.
우주항공청 임직원 이동 편의를 위해 대중교통 서비스도 대대적으로 손본다. 임시청사를 경유하는 시내버스와 시외버스 노선을 신설하고 장기적으로는 진주역을 경유하는 고속열차 증편 방안도 마련한다. 사천공항 국내 노선을 확대하고 기능 재편을 통해 국제공항 승격도 추진하기로 했다.
박동식 사천시장은 “정주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등 우주항공청 이주직원을 위해 과감한 지원시책을 추진하겠다”면서 “우주항공청 개청과 함께 대한민국이 우주항공강국으로 도약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균 기자 defros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