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폐플라스틱 '해중합' 온도 낮춰…재활용 증대 기반 마련

중합과 해중합을 통한 고분자 나노구조체 형상 변화
중합과 해중합을 통한 고분자 나노구조체 형상 변화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분해·재융합하는 '해중합' 중요성이 증대하는 가운데,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 연구진이 해중합 온도를 낮추는 원리를 발견했다.

KAIST는 서명은 화학과 교수팀이 고분자 자기조립을 활용해 고분자 해중합 온도를 낮추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기존 고분자를 해중합해 화학적으로 분해하는 방법은 높은 온도가 필요하여 효율성이 낮았다. 연구팀은 고분자 합성과정에서 자기조립이 일어날 때 해중합 온도가 낮아지는 것을 발견했다.

고분자가 잘 섞이지 않는 용매에서 일어나는 자기조립은 예컨데 '질서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반면에 고분자 사슬을 조각내 원래 단량체로 돌리는 해중합은 '무질서해지는 방향'을 향한 변화다.

연구진은 자기조립이 일어나는 상황에서는 질서·무질서 균형을 이루기 위해 중합보다 해중합이 우세해지는 결과를 확인했다. 이를 이용해 천정온도(중합·해중합 속도가 규형을 이루는 온도) 186도로 알려진 고분자가 자기조립이 일어나는 선택적 용매에서는 천정온도가 90℃로 감소돼, 보다 낮은 온도에서 해중합을 유도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고분자 합성 후 온도를 올려 고분자 나노구조체를 구성하는 사슬을 재사용이 가능한 단량체로 분해했다.

다시 온도를 내리면 분해된 단량체는 다시 중합돼 나노구조체를 형성하는 지속가능한 자기조립 체계를 구현했다.

나노구조체의 형상은 사슬 길이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연구팀은 온도를 올리고 내리면 그에 따라 구조체의 모양이 바뀌는 것을 관찰했다. 중합·해중합을 반복하면서 점도를 조절할 수 있는 결과도 확인했다.

서명은 교수는 “기존 고분자를 화학적으로 분해하기 위해서는 높은 온도가 필요해 어려움이 있었지만 고분자 자기조립을 활용해 해중합 온도를 낮출 수 있었고 이 원리를 활용해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필요에 따라 물성·형상을 바꿀 뿐 아니라 움직임도 가능한 스마트 고분자 소재로 향후 발전시킬 가능성을 탐구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남지윤 KAIST 화학과 박사가 제1 저자로, 유창수 석박사통합과정 학생이 공동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더 아메리칸 케미컬 소사이어티'에 지난 8일자 온라인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