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에서 1년 반 넘게 계류됐던 인공지능(AI) 기본법이 처리가 어려워지면서 22대 국회에 AI 산업 활성화와 거버넌스 체계 구축 등 숙제가 던져졌다.
AI 기본법은 AI에 대한 개념 규정과 AI 산업 육성·안전성 확보를 위한 방향성을 담고 있다. 여야 의원들이 개별 발의한 7개 법안을 통합한 '인공지능산업 진흥 및 신뢰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안'으로 지난해 2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그러나 여야 극한 대립 상황과 맞물려 1년 반의 계류 끝에 국회 문턱을 넘는데 실패했다. 29일로 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면 AI 기본법은 자동 폐기되고 22대 국회에서 새로 발의해야 한다.
AI 기본법을 발의한 7명 의원 중 민형배 의원만 당선에 성공했다. 나머지 의원은 불출마와 낙선 등으로 22대 국회에 진입하지 못했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새 법안을 발의해도 여야 의원 간 합의는 물론 정부 부처와 시민사회 의견수렴 등의 만만치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시민사회에선 AI 기본법이 AI 고위험군에 대한 금지나 처벌조항이 없다며 통과를 반대하고 있다.
AI 산업계와 학계는 국가간 AI·디지털 패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22대 국회가 구성되면 우선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과 함께 AI 콘트롤타워 구축, 저작권·데이터 활용 관련 명확한 가이드라인, AI 워터마크 의무화 등 최소한의 규제가 핵심이다.
현재 AI 기술·산업 활성화 정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가 담당하고, 딥페이크(허위정보) 악용, 개인정보와 저작권 침해 등을 비롯해 AI 잠재적 부작용에 따른 규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로 담당하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알고리즘 규제 확대까지 부처 별로 제각각 추진 중이다.
부처가 협의를 거치지만, 기업 입장에선 불확실성이 높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 윤리, 안전성, 공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AI 콘트롤타워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가간 AI 경쟁은 날로 격화되고 있다.
미국은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와 구글, 메타 등 빅테크가 생성형 AI 기술 개발에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하며 AI 관련 생태계를 선점했고, 일본은 AI 슈퍼컴퓨터 개발을 위해 소프트뱅크 등에 수천억원대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유럽연합(EU)의 규제 중심 'AI법' 시행으로 후발국가들의 혁신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AI 산업 진흥과 함께 거버넌스 구축이 중요하다”며 “AI 국가 경쟁에서 한국은 주요국 반열에도 오르기 전에 뒤처질 수도 있는 상황인 만큼 22대 국회에서도 AI 기본법에 가장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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