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블룸버그 전망에 의하면 2023년 400억달러에서 10년 후엔 1.3조달러로 연평균 42%의 급성장세다. 특히 금융산업에 대한 영향이 커서 2022년 말 챗GPT가 발표된 이후, 업무에 생성형 AI 모델을 활용하는 글로벌 금융사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금융업무의 전 과정과 연결되면서 AI 트랜스포메이션이란 말까지 나온다.
금융사 업무를 프론트, 미들, 백오피스로 구분해서 간단히 살펴보자. 특히 프론트오피스에서의 생성형 AI 활용이 가장 활발하다. 이유는 생성형 AI가 자연어 처리와 비정형 데이터 분석, 실시간 질의응답에 강점이 있어서 그만큼 고객접촉이 많은 프론트업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젠 생성형 AI로 고객 유형별 맞춤형 서비스는 물론, 고객 개개인의 비서업무까지 제공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프론트 AI비서의 대표사례는 최초의 AI비서라 할 수 있는 BOA의 에리카(2018년)다. 문자와 음성 대화를 통해 365일 실시간 계좌조회, 카드관리, 개인송금, 거래보고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양한 정보를 융합·분석해주는 생성형 AI 덕분에 하이브리드 로보어드바이저의 인기도 급상승 중이다. 대표주자는 뱅가드 퍼스날 어드바이저. 자산운용은 기본이고, 법률·세금·건강관리 등 자산가들의 관심이 많은 서비스 제공으로 2023년 말 기준 고객자산 3331억달러(450조원, 일임·비일임 포함)로 로보어드바이저로선 최대 규모다.
미들오피스에선 리스크관리와 컴플라이언스업무 활용이 중심이다. 업계에선 특히 복잡한 비정형 데이터를 순식간에 처리하기 때문에 리스크관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기거래의 탐지 및 방지뿐만 아니라, 미 연준의 금리변동과 같은 금융시장변화에 따른 시나리오분석 등도 이전보다 훨씬 정교해지고 있다는 의견이다. 부정거래 탐지를 위해 자체 생성형 AI모델(Decision Intelligence Pro)을 구축한 마스터카드와 유효거래 승인율을 높이기 위해 AI 머신러닝모델로 활용하고 있는 페이팔이 유명하다. 컴플라이언스에선 인공지능을 활용한 레그테크(RegTech)로 컴플라이언스 절차를 간소화한다든지, AML(자금세탁방지)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의 씨티은행과 밸리뱅크, 호주의 커먼웰스뱅크 등이 대표적이다. 백오피스의 생성형 AI 활용은 특히 언더라이팅(Underwriting) 업무가 복잡하고 다양한 보험회사에서 활발하다. 의학, 법률 등 전문문서의 분석에 시간을 절감함으로써 신속한 계약서 검토와 보험가입효과를 올리고 있다. 스위스 리(Swiss Re), 제이피모건체이스와 일본의 다이도생명보험이 유명하다.
자체 모델 개발도 개발이지만, AI 금융경쟁력을 조기 확보하기 위한 AI기업 투자도 활발하다. 최근 5년간(2019~2023년) 글로벌 50대 은행의 AI관련 투자건수는 168건에 투자금액 101.3억달러(13.7조원)로 연평균 34건에 20.3억달러(2.7조원)에 달한다. 10년 전의 투자금액 0.5억달러(675억원) 대비 무려 40배 이상 늘었다. 특히 생성형 AI모델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기업으론 모건스탠리가 투자한 미국의 데이터브릭스(Databricks)와 교통은행과 골드만삭스가 투자한 중국의 디스판스(4Paradigm)이 유명하다. 데이터브릭스는 빅데이터 관리와 AI모델 구축, 디스판스는 기업용 AI 솔루션 제공에 각기 특화되어 있다고 한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얼어 붙은 투자시장이지만, AI모델 개발이나 탑재로 벤처캐피털의 주목대상이 되고 있는 핀테크들도 등장하고 있다. 기업용 간편결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미국의 스트라이프(Stripe), B2B 신용분석모델을 제공하는 인도의 퍼피오스(Perfios), 영국의 의사결정 플랫폼기업인 콴텍사(Quantexa), 신용분석 자동화모델 솔루션을 제공하는 이스라엘의 리퀴디티(Liquidity) 등이 대표적이다. 그중 콴텍사와 리퀴디티는 AI장착에 따른 투자로 2023년 유니콘 핀테크에 등극하기도 했다.
최근 라인사태로 한일간에 긴장감이 팽팽하다. 여러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겠지만, 라인이 일본인의 80%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최대 빅데이터 플랫폼이라고 보면,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일본의 AI, 특히 생성형 AI 경쟁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AI의 하드웨어 핵심이라 불리는 비메모리 반도체공장(대만의 TSMC공장)을 짓고 있는 일본이 라인 빅데이터 확보를 위해 민관이 적극 협력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우리나라도 전 산업의 경쟁력, 나아가 안보를 위해서라도 정부와 업계, 특히 빅데이터의 중심인 금융업계가 AI 육성에 팔을 걷어부쳐 주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