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 지분 조정에 대해 본격적으로 협상을 벌이고 있다. 네이버가 라인야후 지분 일부를 매각해 신사업 투자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제시된다. 반면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여론이 과열되면서 네이버의 협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소프트뱅크와 라인야후 지분 조정을 두고 논의하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협상 내용을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지분재조정에 대한 논의는 상당히 구체적인 단계까지 염두에 두고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협상은 우선 2개월 이상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라인야후가 일본 정부에 7월 1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행정지도 조치 관련 보고서에는 지분 매각 내용을 포함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양사가 라인야후 지분을 재조정하더라도 최소 7월 이후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IT 업계와 전문가는 네이버가 A홀딩스 지분을 일부 매각하고 신사업에 투자하는 방안을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소프트뱅크 자금 사정상 네이버가 보유한 A홀딩스 지분을 전량 매수할 수 없고, 네이버도 지분 전량을 매각하는 것은 부담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네이버는 AI 등 신사업에 투자할 수조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24일 기준 라인야후 시가총액은 25조3909억원이다. A홀딩스는 라인야후 지분 64.5%를 보유했는데 이 금액만 계산해도 약 16조5040억원으로 평가된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네이버가 보유한 지분가치는 2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네이버가 지분 25%를 파는 것을 가정하면 5조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네이버로서는 인공지능(AI) 기술 개발 등에 거액을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이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현재 구체적인 제안이 오갈 정도로 치밀하게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에서 라인야후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높아지면서 양사 모두 부담을 느낀다는 지적이 나온다.
IT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지분 매각 등을 언급하지 않고 있는데, 우리 정부가 지나치게 나설 경우 오히려 라인이라는 메신저에 대한 압박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IT 시민연대는 지난 24일 토론회를 열고 소프트뱅크의 국정감사 출석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이 같은 요구가 과도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IT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이나 시민단체에서 국정감사에 (소프트뱅크를) 부른다고 하면 일본에서는 가만히 있겠나”라면서 “일본 내 여론이 악화되면 라인 사용자 자체도 이탈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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