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국민의힘 당선인이 지난 4·10 총선 패배의 원인을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에게 돌렸다. 나 당선인은 보수 가치 재확립을 언급하며 공천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나 당선인은 27일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총선 패배의 책임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도 “누구 책임이 큰지는 벌써 공유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동훈 위원장은 고생을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을 둘러싼 갈등에서 사실상 한 전 위원장의 손을 든 것으로 해석된다.
또 “이번 총선 패배 원인 중 하나는 보수표도 결집하지 못한 것”이라며 “의사 정원 문제 등에서 전통적인 지지층조차 등을 돌리게 했다”고 설명했다.
수직적인 당정 관계에 대해서도 불편함을 드러냈다. 나 당선인은 “보통은 협력적 긴장, 건강한 긴장관계가 정답이다. 대통령실을 어떻게 변화시키느냐가 중요하다”라며 “보수 재집권이라는 큰 틀에서 정부 인기를 유지해야 유리하다. 협력적 긴장관계를 잘 가져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친윤(친 윤석열)계가 주장해 반영된 당원 100% 전당대회룰도 비판했다. 나 당선인은 “당연히 (전당대회 경선룰에) 민심(여론조사)을 반영해야 한다. 당원 100%로 바꾼 것이 김기현 전 대표를 억지로 당선시키려고 만든 룰 아니겠나”라며 “원상회복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존 친윤계 중심과는 다른 형태의 지도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나 당선인은 “총선 이후 빠르게 전당대회를 해서 민주적인 지도부가 총선 패배 원인을 분석하고 미래를 준비했어야 했다. 빠르게 민주적인 선출제도에 의한 민주적인 지도부가 들어서야 한다”고 비판했다.
나 당선인은 보수 가치 재정립과 이를 토대로 한 외연 확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공천 제도의 변경 등 정당 내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친윤계가 주도한 이른바 조용한 공천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된다.
더불어 “정당은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국민의 생각을 대변하는 것인데 정당이 정치기득권자의 이익집단화됐다. 민주당이었다가 우리당에 오기도 하고 우리당 왔다가 민주당에 가기도 한다. 이건 정치기득권자들이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보수의 덕목을 제대로 복원해야 한다. 보수의 이념을 재정립해야 그다음에 중도로 외연 확장을 할 수 있다. 헌법적 질서를 지키는 데 있어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후 취재진과 만나서도 “수도권 목소리는 결국 민심을 얼마나 잘 전달하느냐에 있다. 정당 전체가 치열함이 부족하다. 정당의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며 “공천 제도가 이번에 굉장히 문제 있었다”고 돌아봤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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