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트렌드가 변화하는 요즘. 그 흐름이 정말 빠른 것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속에서 세대를 관통하며 오랜시간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장수브랜드가 되는 것은 모든 기업의 바램이 아닐까 싶은데요. 오늘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장수 의약품인 유한양행의 안티푸라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안티푸라민은 올해로 출시 91년을 맞이한 우리나라 대표 장수의약품입니다. 1933년에 처음 출시가 되었는데 유한양행 자체 의약품 1호이기도 하죠. '반대'라는 의미의 안티(anti)와 '염증을 일으키다'는 의미는 인플레임(inflame)을 합쳐 발음하기 편하게 만든 브랜드 명인데요. 제품의 특성을 고스란히 담아낸 항염증제, 진통소염제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안티푸라민이 출시되었던 시절은 모든 약품을 수입해서 판매하던 때라 굉장히 획기적인 시도였는데 그 당시 소염진통제라는 개념이 없던 우리나라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면서 소염진통제의 대명사가 되었죠. 그 결과 안티푸라민을 단 한번도 써보지 않은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우리에게 굉장히 친숙한 가정상비약이 되었습니다. 특히 간호사가 그려진 디자인의 케이스는 마치 가정주치의 같은 느낌을 느끼게 하며 든든한 이미지를 심게 했습니다. 아주 예전에는 어른들이 마치 안티푸라민이 만병통치약처럼 생각하여 배가 아프면 배에 바르고 코감기가 걸리면 코 밑에 안티푸라민을 발라줬다는 이야기가 내려오고 있을 정도로 신체의 상처 치유 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안정감까지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온 것으로 보입니다.
안티푸라민이 출시가 된 배경으로는 유한양행의 창립자인 유일한 박사의 부인 호미리 여사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동양인 최초로 미국에서 의사면허를 취득한 그녀는 유일한 박사와 함께 한국으로 들어와 소아과를 운영했는데요. 당시 타박상 혹은 염좌상 등 가벼운 부상에도 사용할만한 마땅한 의약품이 없는 것에서 착안하여 우리 국민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을 개발할 것을 건의했고 그녀의 조력 하에 안티푸라민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유일한 박사는 안티푸라민이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지는 것을 경계하여 “사용 전 의사와 상의하라”는 문구를 넣어 1930년대 신문 광고에 게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처음에는 녹색 철제 캔에 간호사가 그려진 모습의 제품으로 출시되었지만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하여 다양한 제형의 제품을 선보이며 다채로운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고객들의 니즈에 더 가까이 다가서려는 노력들을 해왔습니다. 그 덕에 90년이 넘는 세월속에서도 다른 신제품들에게 밀리지않고 당당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등 오래된 브랜드가 달성하기 힘든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기도 하죠. 2014년에는 매출 100억원을 돌파, 2019년에는 200억원을 넘어서면서 2021년에는 24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노익장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높은 매출과 성장세를 기록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이에 제약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꼽는 안티푸라민의 성공적인 롱런 비결은 3가지 정도로 추려졌는데요.
첫번째로는 헤리티지 전략입니다. 헤리티지 전략이란 기업 혹은 브랜드가 자신의 히스토리, 과거의 성과를 활용하여 브랜딩을 하는 전략을 말하는데요. 이때 브랜드의 히스토리를 이용하여 소비자의 감정을 자극하여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것이 주요 핵심인 것이죠. 특히 유한양행의 경우 오랜 시간 이어져온 '정도 경영'의 히스토리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호감을 사는 등 아주 단단한 지지 소비층이 확립되어 있는 편인데요. 유한양행과 안티푸라민의 경우 국내 소비자 충성도가 굉장히 높은 브랜드로 이 것은 브랜드가 잠시 정체 단계에 머물렀을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매출은 정체가 되었지만 지지하는 소비층이 단단하게 버티어 매출이 하락하지는 않았고 이는 안티푸라민이 암흑기를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죠.
두번째로는 브랜드 확장에 적극적인 것인데요. 기존에 소비자가 해당 브랜드에 가지고 있는 인지도, 충성도, 연상하는 이미지 등을 활용해서 신제품 성공률을 높이는 마케팅 전략이죠. 이는 동일한 제품군 내에서 라인을 확장하는 것과 다른 제품군으로 확장하는 카테고리 확장이 있는데 이 중 유한양행은 카테고리 확장을 택합니다. 기존의 연고 외에도 파프 제품 5종과 스프레이 타입의 안티푸라민 쿨 에어파스를 선보였고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안티푸라민 패밀리들을 구성하여 시장에 안착시켰습니다. 이를 발판으로 브랜드 매출 성장 속도도 덩달아 빨라지게 되었죠.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공격적인 광고 전략인데요. 사실 소염진통제는 의사의 처방없이 약국에서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는 비처방의약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광고를 통하여 지속적으로 브랜드를 각인시켜 매출을 올려야만 했죠. 그래서 유한양행은 광고선전비 지출이 매우 높은 회사로 꼽히기도 합니다. 2022년의 경우에는 광고선전비로 1003억원을 지출하면서 제약업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썼습니다. 이렇게 지출이 높은 만큼 모델의 라인업도 화려한데요. 2019년부터 세계적인 축구 선수, 손흥민이 전속 모델로 활동해오면서 기존의 주요 구매층인 중장년을 포함하면서 청년층까지 브랜드 인지를 확장시키고자 전략을 세운 것이죠. 최근에는 손흥민 선수와 콜라보 영상을 제작하여 유튜브에 올리는 등의 광고활동을 통하여 브랜드 인지도 확장을 위하여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렇게 손흥민 선수를 모델로 발탁한 것은 스포츠마케팅을 도입하면서 인데요. 유한양행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 경쟁 제품 대비 인지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판단 하에 이를 타파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내세운 것이죠. 이와 더불어 FC서울과 스폰서 계약을 맺으면서 경기장과 부스 홍보를 진행 중입니다. 인지도를 올릴 수 있는 확실한 모델을 통하여 MZ세대의 브랜드 선호도를 높일 수 있도록 집중한 것이죠.
이 밖에도 유한양행의 R&D 투자비용은 제약 업계 중 최상위권에 속합니다. 최근에도 조직 개편을 통해서 R&D역량을 더욱 강화하는 등 더 높은 비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2026년은 유한양행에게 특별한 해가 될 것 같은데요. 바로 창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기 때문입니다. 100년이라는 시간동안 굳건히 자신의 자리를 빛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창업주인 유일한 박사는 기업윤리를 다룰 때마다 빠지지 않는 선례의 인물이기도 한 만큼 유한양행과 안티푸라민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사람과 철학 그리고 R&D가 삼박자를 고루 잘 맞췄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언제나 고객 지향적인 신제품 개발과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100년을 물론 해외까지 진출하는 명실상부 '국가대표 브랜드'가 되기를 기원하며 이만 글을 마칩니다.
김종면 위고페어(위조상품 토탈플랫폼) 대표이사 · 변리사 jmk@wegofair.com
[ 필자 소개 ]IP 및 브랜드 보호 전문가로, 한국IBM 시스템엔지니어와 독일 IP분야 로펌인 Stolmar&Partner 한국변리사로 근무했다. 국내외 IP 전문 변리사 경험을 바탕으로 AI기반 위조상품 모니터링 및 차단 플랫폼 'Wegofair'를 개발, 위조상품 유통 방지에 힘쓰고 있다. 현재 플랫폼 운영사인 (주)위고페어 대표이사와 특허법인 아이엠의 파트너변리사를 겸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