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디스플레이 생산 공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깨끗한 공기로 바꾸는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수소융복합소재연구실의 이신근 박사팀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 공정에서 배출되는 아산화질소(N₂O)를 공기 주성분인 질소(N₂)와 산소(O₂)로 분해하는 촉매를 개발했다.
아산화질소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과정에서 절연막 형성과 세정에 반드시 필요한 가스다. 사용 후 잔류가스 형태로 남거나 공정 중 화학반응으로 생성되기도 한다.
아산화질소는 연소, 플라즈마, 촉매분해 방식으로 분해된다. 하지만 연소 방식은 분해 과정에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₂), 질소산화물(NOx)이 발생하며, 플라즈마를 이용한 분해 방식에서도 NOx가 생성되고 전력소모가 많다.
반면 촉매 분해 방식은 낮은 온도에서도 대량 배출가스를 분해할 수 있고 NOx를 생성하지 않아 가장 친환경적인 분해 방식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질산 제조 공정 등에 활용되나, 반도체 제조 공정에는 최대 15%의 고농도 N₂O를 분해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해 아직 적용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N₂O 분해 촉매 성능과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달걀껍질을 닮은 에그쉘 구조 촉매를 적용했다. 촉매 내부에 열·힘에 잘 견디는 알루미나 지지체를 활용했으며, 둥근 표면을 따라 구리 촉매를 고르게 퍼트려 N₂O 반응도를 높이고 분해 성능을 향상시켰다.
연구진은 현재 분해 촉매로 쓰이는 고가의 루테늄보다 매우 저렴하며 우수한 산화환원반응을 가진 구리를 촉매로 적용했다. 지지체 표면을 따라 얇고 고르게 분산된 구리는 N₂O 분해 반응을 일으키는 표면적을 극대화한다. 이를 통해 표면에 흡착된 N₂O는 N₂와 O₂로 빠르게 전환돼 N₂O로 화합되는 것을 방지한다.
촉매 내부에는 열과 힘에 강하면서도 제조공정이 매우 간단한 알루미나 지지체를 적용해 양산 가능성을 높였다. 간단한 공정으로 실험실 규모임에도 하루 30㎏ 이상 촉매 제조를 가능케 했다.
개발한 촉매는 1~20% 다양한 농도에서도 N₂O를 99% 이상 분해했다. 또 500시간 이상 운전에도 촉매 성능이 저하되지 않아 장기 내구성까지 확보했다. 올 하반기부터 상용화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신근 박사는 “개발 촉매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실제 배출되는 1% 이하부터 20% 이상 농도까지 99% 이상 분해가 가능하며 간단한 제조공정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며 “반도체,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암모니아 연소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한 유망한 기술로 국가 온실가스 저감 목표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
김영준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