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의의 건(해병대원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야당은 국민의힘을 거세게 비판하며 22대 국회에서 특검법을 재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해병대원 특검법 재의요구안은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총 294표 중 찬성은 179표였고 반대는 111표였다. 무효표는 4표다.
21대 국회 원내 상황을 고려하면 해병대원 특검법의 재의결은 통과가 쉽지 않다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국회 재표결에서 가결하려면 국회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재적의원 295명이 모두 표결에 참여했을 때 여당에서 최소 17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했다.
야당은 이미 가결 의사를 밝힌 안철수·유의동·김웅·최재형·김근태 의원 등을 중심으로 한 여당 내 이탈표도 기대했지만 결국 무위로 끝났다.
여당은 일찌감치 부결 입장을 정하고 본회의 직전까지 전·현직 원내대표단을 중심으로 이탈표 단속에 나섰다. 의결정족수 유지를 위해 출석을 독려했고 이탈을 막기 위해 전화를 돌리거나 서한을 보냈다. 본회의가 열리기 직전에도 의원총회(의총)를 통해 내부 결속을 다졌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직전 열린 의총에서 “특검법은 야당이 정쟁을 위해 만든 악법”이라며 “겉으로는 수사 외압 의혹을 내세우지만 속내는 국정을 흔들고 탄핵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시선을 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또 “(해병대원 사망사건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수사 중이다. 수사기관의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지원하는 게 우선”이라며 “결과가 나왔는데도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국민의힘이 먼저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사실상 공조 체제를 통해 특검법 통과를 강하게 밀어붙였던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조국혁신당, 새로운미래, 진보당, 기본소득당, 개혁신당 등 야 7당은 일제히 정부·여당을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특검법 재표결안이 부결된 직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여야의 대치가 표결 대결로 나타남에 따라 개원을 코앞에 둔 22대 국회도 당분간 공회전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이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해병대원 특검법을 재추진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야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해병대원 특검법 찬성이 과반인 만큼 여론을 동력으로 이를 재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차기 국회에서 제3당을 차지한 조국혁신당 역시 채해병 특검법에 적극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해병대원 특검 부결 이후 취재진과 만나 “나라를 지키기 위해 희생·헌신한 장병의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과 수사 외압, 사건 조작 의혹을 규명하자는 것에 대해 (정부·여당이) 왜 이렇게 격렬하게 반대하는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결국은 진실을 은폐하는 것이 이익인 상황인 것”이라며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선(先)구제 후(後)회수'를 골자로 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야당 단독으로 가결했다. 개정안은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피해자의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을 공공 매입하는 방식으로 피해액을 우선 변제하고 추후 채권 추심과 매각을 통해 회수하는 '선구제 후회수' 프로그램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또 필요한 경우 임차보증금반환채권에 앞서는 제3자 선순위 채권도 매입하는 내용과 임차보증금 한도도 현행 3억원 이하에서 5억원 이하로 상향하는 조항도 담았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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